황금 들녘을 끼고…700년 백제의 고도 공주를 가로지르는 동아일보 2010 백제마라톤에 참가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9000여 명이 참가해 가을의 정취를 흠뻑 즐겼다. 공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5도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촌에서) 주말도시 아름다운 공주.’
충남 공주시가 도민과 시민들을 유치하기 위해 4년 전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와 백제마라톤은 궁합이 잘 맞았다. 휴일인 3일 공주종합운동장을 출발해 공주시 일원과 백제큰길을 돌아오는 동아일보 2010백제마라톤(충남도 공주시 동아일보 공동 주최)에는 9000여 명이 참가해 백제의 얼을 느꼈다. 충남지역 참가자가 많았지만 서울을 비롯해 인근 전북 전주, 익산 등 전국에서 많은 달림이가 공주를 찾았다. 외국인 참가자도 보였다.
700년 백제 고도 공주를 가로지르는 금강을 끼고 있고 공산성과 무령왕릉 등 백제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백제마라톤 코스는 ‘펀런(즐겁게 달리기)’의 대명사다. 이날 남녀노소 모두가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건강달리기 등 4개 부문에 참가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여자 10km에서 38분7초로 우승한 베아테 크레클로 씨(38)는 남자친구 디르크 알브레히트 씨(39·이상 독일)와 휴가차 한국에 왔다가 완주해 눈길을 끌었다. 크레클로 씨는 풀코스를 8회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 2주 전에 입국해 한국의 문화를 느끼다 백제마라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남자친구와 함께 참가해 애정을 과시하며 달렸고 우승 트로피와 50만 원 상당의 스포츠용품 아식스 상품권도 덤으로 얻었다. 그는 “날씨가 좋아 즐겁게 뛰었는데 우승까지 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양동인 씨(49)는 2시간59분13초를 기록해 꿈의 기록인 서브 스리(3시간 이내 기록) 100회를 국내 두 번째로 달성했다. 2004년 3월 시작해 115번 달린 끝에 달성한 기록. 김성은 씨(51)는 3시간2분42초로 200회 완주 기록을 세웠다. 마라톤 시작 7년 7개월 만이다. SC 제일은행 직원 수십 명은 시각장애인들과 5km 건강달리기를 함께 했다.
남녀부 풀코스에서는 최진수 씨(40)가 2시간42분47초, 유금숙 씨(45)가 3시간9분39초로 정상에 올랐다. 하프코스에서는 박창하 씨(31·1시간14분55초)와 유정미 씨(39·1시간25분37초)가 남녀부에서 우승했다.
이날 대회 현장에는 구본충 충남도부지사, 이준원 공주시장, 김동완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행정안전 수석전문위원(전 충남도 행정부지사), 서만철 공주대 총장, 전우수 공주교육대 총장,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 김수량 공주영상대 총장, 고광철 공주시의회 의장, 충남도의회 윤석우 조길행 의원, 박승규 공주교육장, 이성호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 김학동 아식스 감사 등 내빈이 나와 축하했다.
공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0년전 엉겁결에 입문… 이젠 마생마사”▼
男풀코스 우승 최진수 씨
“반은 민간인이고 반은 마라톤 선수예요.”
2시간42분47초의 기록으로 풀코스 남자부에서 우승한 최진수 씨(40·사진)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일과 마라톤밖에 모르는 ‘마생마사(마라톤에 살고 마라톤에 죽는)’의 삶을 산다.
최 씨는 마스터스 마라톤 고수만이 입회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스포츠용품업체 아식스가 후원하는 블루 러너스 회원이다. 1년에 5∼10명만 선발하는 블루 러너스에 들어가기 위해선 2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최 씨는 “블루 러너스의 후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기록도 없었다”고 고마워했다.
10년 전만 해도 최 씨는 5km도 힘겹게 뛰는 초보였다. 당시 다니던 회사가 마라톤 대회 후원사여서 사원들은 의무적으로 5km를 뛰어야 했다. 최 씨는 “그땐 왜 뛰는지 이유조차 몰랐다. 2003년엔 객기로 풀코스에 도전했다 4시간대 기록으로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기록은 마라톤 자세, 호흡법, 체력훈련 방법, 식이요법 등을 마라톤 전문 클럽에서 터득한 2007년 이후 달라졌다. 1년에 마스터스 풀코스 우승을 평균 3회 이상 차지하는 최 씨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회 따라 남편과 함께 전국여행해요”
女풀코스 우승 유금숙 씨
3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이 한 달이면 한두 번 마라톤 대회에 나간 탓에 ‘마라톤 과부’였다. 남편을 따라 대회장에 갔다 추위를 잊으려고 5km 코스에 한두 번 도전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제대로 훈련한 지 석 달 만에 하프 코스를 1시간40분대에 주파했다. 1년 만에 처음 풀코스에 도전해선 3시간30분대의 기록으로 1등을 차지했다. 이젠 남편을 뛰어넘어 여자 마스터스계의 여왕이 됐다. 3시간9분39초의 기록으로 백제마라톤 여자 풀코스 우승을 차지한 유금숙 씨(45·사진) 얘기다.
유 씨는 6km 지점 이후 선두로 치고 나가 독주 끝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유 씨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제가 끈기 하나는 자신 있다”며 기뻐했다.
유 씨는 남편 윤여홍 씨(47)와 전국 각지를 돌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남편 윤 씨는 “마라톤 대회가 우리 부부에겐 전국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혼자 마라톤 할 때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마라토너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유 씨의 다음 목표는 3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서브 스리다. 한국 여성 30여 명만이 갖고 있는 기록을 향한 그녀의 힘찬 도전은 2주일 뒤인 17일 열리는 동아일보 2010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이어진다. ▼입문 3년만에 2번째 1위-男하프 우승 박창하 씨▼
“1등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냥 즐기려 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너무 즐거워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시상대에 올라선 남자 하프코스 우승자 박창하 씨(31·사진). 그는 마라톤 입문 3년 만에 1시간14분55초의 기록으로 두 번째 하프 코스 우승을 차지했다. 박 씨는 업무가 끝난 저녁 시간 달빛 속에서 매일 1시간 이상씩 달린다. 박 씨는 “달리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밤에 달리는 게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주 사랑’으로 뛴 토박이-女하프 우승 유정미 씨
1시간25분37초의 기록으로 여자 하프코스 우승을 차지한 유정미 씨(39·사진)는 공주 토박이. 공주에서 태어나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유 씨는 “공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뛰다 보니 단숨에 결승선까지 뛰게 됐다. 친지들의 응원을 받으며 안방의 기운을 충분히 받았다”며 웃었다. 유 씨는 7년간 100번 이상 하프 코스를 완주했고 10번이나 우승한 베테랑이다. “욕심을 부려 서브스리에 도전하는 것보다 매일 1시간씩 즐겁게 계속 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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