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져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이 적지에서 2연승으로 기사회생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반면 포스트시즌 홈 11연패를 당한 롯데는 홈 팬들 앞에서 승리의 축포를 터뜨리지 못하고 적지인 서울로 다시 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전날 6-5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둔 두산은 3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4로 완승해 2패 뒤 2연승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산은 2회 1사 2루에서 터진 이원석의 적시타로 점수를 먼저 뽑았지만 5회 2-2로 동점을 허용하면서 8회까지 3-2의 불안한 리드를 했다. 하지만 9회 들어 타순이 한 바퀴 돌면서 12명의 타자가 공격에 나서 롯데를 주저앉혔다.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간 두산의 히어로는 데뷔 2년 차인 ‘아기곰’ 정수빈이었다. 정수빈은 9회 1사 2, 3루에서 고영민의 대타로 나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쏘아 올렸다. 175cm, 70kg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인 정수빈은 정규 시즌 76경기에서 홈런이 1개밖에 없는 선수. 하지만 노리던 싱커가 들어오자 볼카운트 3볼에서 작심하고 방망이를 돌려 6-2로 달아나는 홈런을 날렸다.
김경문 두산 감독이 “날아가는 타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할 만큼 예상 밖의 홈런이었다. 정수빈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 이제 5차전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정수빈의 홈런을 신호탄으로 밀어내기 볼넷과 이종욱의 3타점 2루타, 오재원의 적시타 등을 묶어 9회에만 8득점했다.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이종욱은 4차전까지 19타수 10안타, 타율 0.556의 맹타를 휘둘렀다. 허리 근육통을 호소한 선발 포수 양의지를 대신해 3회부터 마스크를 쓴 백업 포수 용덕한은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4타수 3안타 1타점의 타격으로 공격과 수비에서 활약해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롯데는 타선의 응집력 부족으로 17개의 잔루를 기록하면서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날린 게 패인이 됐다. 한 팀 잔루 17개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기록. 종전까지 잔루 16개가 두 차례 있었다. 롯데는 1회 무사 만루를 포함해 3차례의 만루 기회에서 한 번도 점수를 뽑지 못했다. 5차전은 5일 오후 6시 잠실에서 열린다.
부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양팀 감독의 말
“선수들 뭉친 모습에 자신감” ▽김경문 두산 감독=1, 2차전과는 다르게 3차전부터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초반부터 여러 번 위기를 맞았지만 선수들이 잘 이겨낸 게 컸다. 9회 1사 2, 3루에서 정수빈한테 초구부터 자신 있게 치라고 했고 3볼이 됐을 때는 거를 줄 알았다. 깜짝 놀랄 만큼 좋은 타구가 나왔다.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될 뿐”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많은 찬스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선발투수 장원준과 불펜 투수들이 8이닝을 3점으로 막아줬는데도 이기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일 수밖에 없다. 9회에 정수빈을 거를 생각은 없었다. 그는 중요한 순간 대단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연패했다고 달라진 건 없다. 한 경기만 이기면 다음 시리즈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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