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잠실구장.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두산 김경문 감독이 용병 왈론드의 살신성인 정신을 높이 샀다.
사연인즉, 이렇다. 3일 팀의 운명이 걸린 준PO 4차전, 김 감독은 5차전 예비선발 김선우를 제외한 모든 투수를 불펜에 대기시켰다. 이 경기에 팀의 운명이 달린 만큼 총력전을 벌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날 5회 마운드에 올라 3.2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진 왈론드만은 제외시켰다. 너무 많은 공을 던지기도 했고, 무실점 투구로 팀을 구한 선수에 대한 특별예우였다.
하지만 4차전 경기도 팽팽했다.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7회, 2사 2루에서 고창성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4경기 연속 등판한 탓인지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2사 만루 위기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고창성을 내리고 정재훈을 등판시켰다. ‘결과가 혹 나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이겨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김 감독에게 투수코치로부터 뜻밖의 보고가 들어왔다. 이날 출전명단에서 빠졌던 왈론드가 던지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펜에서 몸을 완벽하게 푼 뒤 ‘내보내달라’는 사인을 보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자신의 몸이 생명인 용병의 희생정신에 감동한 듯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짠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