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오프(Pick off)’는 ‘제거하다’, 또는 ‘솎아내다’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총으로 누군가를 겨냥해 저격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야구에서 ‘픽오프’는 투수나 포수가 견제로 주자를 솎아내는 것을 말한다. 투수나 포수가 주자를 잡기 위해 던지는 송구 자체는‘픽오프 시도(Pick off Attempt)’라고 부른다.
○3∼4차전 픽오프로 분위기 반전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만, 야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픽오프로 주자를 솎아내는 것은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한 개에 불과하지만 승부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롯데가 1∼2차전을 잡고 기세를 올렸지만 3∼4차전에서 두산에 역공을 당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2차례의 픽오프가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3차전에서 롯데는 1회말 무사 2·3루에서 조성환의 우월 2루타로 2-0 리드를 잡았다. 무사 2루 찬스를 이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추가득점이 나왔다면 2연패에 빠졌던 두산은 그로기 상태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성환이 상대 선발투수 홍상삼의 견제구로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면서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롯데로서는 피니시블로를 날릴 기회를 무산시켰고, 두산으로서는 위기를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두산은 3회에만 5점을 뽑으며 3차전을 6-5로 승리, 반격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4차전에서도 픽오프 하나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롯데가 2-3으로 뒤진 7회말 1사 1·2루. 두산 포수 용덕한이 견제구로 1루주자 전준우를 잡아냈다. 전준우가 슬라이딩해 1루에 들어가는 순간은 세이프 타이밍.
그러나 전준우의 손이 1루수 오재원의 발에 걸리면서 베이스를 터치하지 못했고, 넘어지던 오재원의 글러브에 몸이 먼저 닿아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롯데로서는 역전의 황금기회를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두산은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9회 정수빈의 쐐기 3점포로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몰고갔다.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