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2년 계약이 끝난 후 1년 재계약을 맺었다. ‘재계약’은 수년째 하위권에 맴돌던 팀을 2년 연속(2008, 2009년) 가을 잔치의 첫 관문인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업적에 대한 신뢰를 의미했다. 감독 계약으로는 어색한 ‘1년’이라는 숫자에는 준플레이오프 이상의 성적을 내라는 요구가 담겼다. 롯데는 올해 4위를 차지하며 다시 준플레이오프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 홍성흔은 5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이번 경기가 로이스터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이나 롯데 구단 모두 정규 시즌 종료 후 재계약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통과 여부가 로이스터 감독의 운명과 직결돼 있음을.
결국 롯데는 또다시 졌다. 적지에서 치른 1, 2차전을 싹쓸이하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결과는 충격의 3연패였다.
로이스터식 자율 야구는 대다수 다른 구단들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르다. SK가 엄청난 훈련량을 바탕으로 최강이 된 이후 현재 국내 프로야구의 주류는 ‘혹독한 훈련’이 됐다. 구단들의 SK 따라잡기는 정규 시즌 종료 직후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챔피언에서 올해 5위로 떨어진 KIA는 이미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3개월가량 진행될 훈련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실시된다. LG도 진주와 남해, 미야자키 교육리그 등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11월부터는 플로리다로 마무리 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겨울 전지훈련이 아닌 마무리 훈련을 미국까지 가서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는 로이스터가 부임한 이후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면 겨울 전지훈련까지는 별다른 팀 훈련을 하지 않았고 선수들 자율에 맡겼다. 시즌 중 훈련 분위기도 다른 팀에 비해 자유롭다. 롯데의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탈락은 자율 야구의 한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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