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들 근성이 ‘PS 승리의 열쇠’ 진갑용·박한이 등 선배들 팀 이끌어야올시즌 삼성은 도도한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힘을 바탕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했다.
1년 전 가을 KIA가 V10을 이루고 SK,두산,롯데가 한바탕 흥건한 가을잔치를 펼치는 동안 삼성 선수단은 혹독한 마무리 훈련을 이겨내야 했다. 그같은 시련 덕에 삼성은 2년 만에 다시 웃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올 가을 삼성 덕아웃의 한 구석은 허전하다. 늘 그 한편에 자리해온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대구 SK전을 끝으로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감한 양준혁(40)이다. 예상대로 그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졌다. 뭔지 모를 공허함이 그를 사로잡고 있진 않을까.
하지만 양준혁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대신 ‘마음으로 뛰는’ 길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후배들이 지난 가을에 그랬던 것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올 가을을 자신들만의 잔치로 만들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결전을 앞두고 초조해할 후배들에게 그가 전하는 애정이 듬뿍 담긴 메시지를 육성대로 생생히 전한다.
○중압감을 극복해라!
은퇴식까지 치른 마당에 플레이오프 엔트리 제외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고, 그냥 담담하다. 정규시즌 동안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 후배들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잘 해주길 바랄 뿐이다. 덕아웃에 앉을 순 없겠지만 후배들을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내가 굳이 기술적 조언까지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큰 경기는 결국 배짱 있고 경험 있는 선수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인 만큼 후배들에게 경험담과 정신적 조언을 들려줄 생각이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내준 두산 타자들이 3∼4차전에선 타석에서 홈플레이트쪽으로 바짝 붙어 사구를 맞고 나가는 등 근성을 발휘했다. 우리 후배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허점을 보이지 마라!
포스트시즌은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는 정규시즌과 비교하면 두, 세 경기를 치른 것처럼 체력이 소진된다. 그런 측면에서 두산이 롯데와 5차전까지 치러 삼성이 한결 유리해진 건 맞다. 두산도 좋은 전력을 갖고 있다. 빠르고 개개인의 능력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난 대로 의외로 중간과 마무리가 불안했다. 준플레이오프 1∼4차전에서 보듯 큰 경기에선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1∼2차전 두산·3∼4차전 롯데를 의미) 또 결국은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경험을 살려라!
아무래도 우리 팀은 투수의 팀이다. 따라서 투수들이 버텨줘야 한다. 타선에선 경험 있는 진갑용과 박한이가 팀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부분의 후배들이 경험이 적은 만큼 진갑용과 박한이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최형우와 박석민 같은 젊은 선수들의 부담도 줄어 제 몫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