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만난 지단 “꿈나무에게 축구란…즐기고 또 즐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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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7일 03시 00분


유소년축구 홍보 10년…그라운드 떠난 지 4년…세계 곳곳에서 자선행사

지네딘 지단
지네딘 지단
2006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지단, 21세기의 초상’을 예전에 보곤 참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지네딘 지단(38·사진)의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와 비야 레알의 한 경기를 담았는데 17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90분 내내 오로지 지단의 움직임만 보여준다.

3일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다논 네이션스컵 결승전을 앞두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올랜도 스타디움에서 열린 지단의 기자회견장에서 갑자기 그 영화가 생각났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 차림의 지단에게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매끈한 머리, 우뚝 솟은 코와 턱 선이 주는 강한 인상과 상대를 꿰뚫어보는 투명하면서도 선한 눈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보는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지단은 2000년 1회 대회부터 홍보대사를 맡아 그를 우상으로 생각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주는 역할을 하고 대회 운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선수로는 2006년 은퇴했지만 레알 마드리드 구단의 고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빈민 돕기 자선 축구대회 개최 등 세계 곳곳에서 축구를 매개로 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날 세계 각지에서 온 어린이 기자 20여 명이 지단에게 질문했고 지단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로 답변했다.

―대회 홍보대사를 10년이나 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그동안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내가 경험으로 얻은 것들을 젊은 세대에게 전해주면 좋은 일 아니니. 축구 기술보단 가져야 할 마음가짐 같은 거야. 네가 11세라면 친구와 축구 경기를 같이 할 때 온 마음을 다 바치는 열정이 있을 거야.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 게 삶에서 매우 중요하단다.”

―어떻게 하면 지단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나요.

“네 나이 땐 나도 스타가 될 줄 몰랐단다. 그저 축구를 즐기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지.”

―축구 규칙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지금의 축구는 어떤 규칙도 바꾸고 싶지 않구나. 지금의 축구로도 충분히 생생한 경기가 가능하니까 말이지.”

―이제껏 축구를 하면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 참가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순간이지. 월드컵에서 뛰는 건 어릴 때부터 꿈이었고 그 꿈의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정말 대단했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나중에 월드컵에서 뛸 수 있을까요.


“그 얘기를 하긴 좀 이른 것 같구나. 너희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첫째도 즐겨라, 둘째도 즐겨라, 셋째도 즐겨라’야. 그렇게 공을 차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월드컵에서 뛸 수도 있겠지. 월드컵에서 뛴다는 건 정말 마법 같은 일이란다.”

지단은 최근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유치위원회 홍보대사도 맡았다. 카타르는 한국의 월드컵 유치 경쟁국. 지단은 “축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고 중동 지역의 어린이들도 월드컵 같은 행사를 놓쳐선 안 된다. 올해 아프리카에서 월드컵이 열렸으니 이젠 중동에서도 열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단은 지도자로 축구계에 복귀할지에 대해선 아직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지단은 누구?

출생=1972년 6월 23일 프랑스 마르세유

체격=185cm, 80kg ▽포지션=공격형 미드필더

프로 경력=1988∼1992년 프랑스 칸 61경기 6골,
1992∼1996년 프랑스 보르도 139경기 28골,
1996∼2001년 이탈리아 유벤투스 151경기 24골,
2001∼2006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155경기 37골

대표팀 경력=1991∼1994년 프랑스 21세 이하 대표팀 8경기 3골,
1994∼2006년 프랑스 성인 대표팀 108경기 31골

주요 성적 및 수상=월드컵 우승 1회(1998년),
준우승 1회(2006년), FIFA 올해의 선수상 3회 수상,
유럽축구선수권 우승 1회(유로 200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1회, 준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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