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역전 스리런… ‘한방’으로 끝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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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2사후 짜릿한 결승점… 1회엔 빨랫줄 홈송구도,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두산에 6-5 기선제압 성공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양 팀 사령탑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태양(Sun)’은 여유로웠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어차피 4강이 목표였다. 포스트시즌은 보너스니 선수들에게도 지면 감독 책임이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즐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감독 생활 6년 동안 가장 편한 포스트시즌”이라고도 했다.

반면 ‘달(Moon)’은 결연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신들린 용병술로 대역전승을 일군 김경문 감독은 이날 중심타자 김현수를 라인업에서 빼버렸다. 김 감독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수비할 때 모습을 보니 혼이 실려 있지 않았다. 큰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프로 2년차 신예 정수빈을 톱타자로 내세웠다.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파격적인 선수 기용이었다.

경기 중반까지 주도권은 두산이 쥐었다. 0-2로 뒤진 4회 김동주의 2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2-2 동점이던 5회 무사 만루에서는 이종욱의 희생플라이와 최준석의 2타점 적시타로 5-2로 앞서 나갔다.

투수 교체도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한 박자 빨랐다. 2-2 동점이던 4회 1사 1루 왼손 타자 이영욱 타석이 되자 잘 버티던 선발 투수 홍상삼을 내리고 왼손 투수 이현승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현승은 선 감독이 “아마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올 것 같다”고 예상한 투수다. 이현승이 5회 선두 타자 조동찬에게 안타를 맞자 곧바로 임태훈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6회 2사 1루 이영욱 타석에서는 또다시 왼손 투수 레스 왈론드가 마운드에 올랐다. 7회에는 고창성, 8회에는 정재훈까지 등판시켰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삼성이었다. 선 감독이 하루 전 미디어데이에서 “아무래도 한 건 해줄 것 같다”고 했던 박한이가 주인공이었다. 선 감독은 이날 박한이를 톱타자로 내세우며 “시즌 막판 타격감이 워낙 좋았다. 멍하게 있다가 주루사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며 농담을 던졌다.

박한이는 3-5로 추격한 8회 2사 1, 2루에서 두산의 마무리 투수 정재훈의 높은 포크볼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쳐내며 6-5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박한이는 1회에는 1사 2, 3루에서 두산 최준석의 뜬공 때 멋진 홈 송구로 3루 주자 정수빈을 잡는 호수비를 하기도 했다.

두산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상대 투수 권혁의 보크로 1사 2, 3루의 찬스를 맞았으나 이종욱과 양의지가 범타에 그치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각각 전준우와 이대호에게 패배를 자초하는 홈런을 맞았던 정재훈은 이날도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하며 포스트시즌 ‘홈런 악몽’을 지우지 못했다.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선동열“젊은 선수들에 몇승 이상 의미”▼

▽선동열 삼성 감독=선발 차우찬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몇 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 좋은 경험을 했다. 첫 경기 부담감 탓에 7회까지 찬스는 많았는데 득점타가 안 터져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결국 8회 박한이가 해줘서 경기가 잘 풀렸다. 불펜 중에는 정인욱이 가장 좋고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김경문“졌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아”

▽김경문 두산 감독=3시간 반 가까이 이기다 졌다. 졌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은 경기였다. 선발 홍상삼을 일찍 내리고 불펜을 일찍 가동해 연투하게 한 것이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재훈이가 준플레이오프부터 공을 많이 던졌다. 타순 바꾼 것은 나쁘지 않았다. 아깝지만 빨리 잊고 2차전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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