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지만 김경문 두산 감독은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했다.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김 감독은 고졸 2년차 신예 정수빈(20)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수빈이는 내년 우리 팀의 1번 타자감”이라며 “마무리 훈련부터 잘 키운다면 내년엔 아마 대형 스타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나이는 어리지만 플레이가 다이내믹하다. 올해도 잘했지만 내년엔 더 많은 활약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김 감독의 무한 신뢰 속에 정수빈은 1차전에 이어 이날도 톱타자로 출전했다.
김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은 정수빈을 위한 무대였다. 공격과 수비, 주루까지 그는 자신이 가진 기량을 맘껏 뽐냈다.
두산은 0-0 동점이던 3회 1사 2, 3루에서 정수빈이 상대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소중한 선취점을 얻었다. 김 감독이 말한 다이내믹한 플레이는 6회 초에 나왔다. 선두 타자로 나선 정수빈은 배영수의 2구째 공에 2루수 앞까지 굴러가는 강한 기습 번트를 성공해 상대의 허를 찔렀다. 이전까지 안타 2개만 허용하며 호투하던 배영수는 후속 오재원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은 계속된 무사만루에서 김동주의 2타점 적시타와 이성열의 유격수 희생플라이로 3점을 더 달아났다.
좌익수로 나선 정수빈은 6회 말 수비 때는 좌익선상 2루타성 타구를 잡은 뒤 정확한 2루 송구로 타자 현재윤을 아웃시키는 장면을 연출했으며 7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에는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투수 켈빈 히메네스의 호투가 빛났다. 히메네스는 비로 2차례나 경기가 중단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7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져 불펜이 붕괴된 팀을 구했다.
두산은 9회 초까지 4-1로 앞서 낙승이 예상됐지만 9회 말 뜻밖의 변수에 고전했다. 국가대표 2루수 고영민과 유격수 손시헌이 연속으로 실책을 저지르며 1점 차까지 쫓긴 것. 게다가 주자 상황은 1사 2, 3루로 안타 하나면 역전이 되는 상황이었다. 위기에서 두산을 구한 것은 임태훈이었다. 임태훈은 채상병을 삼진으로 잡아낸 데 이어 마지막 타자 김상수를 풀카운트 접전 끝에 역시 삼진으로 돌려세워 승리를 지켰다.
천신만고 끝에 4-3으로 승리한 두산은 적지에서 1승 1패를 기록하며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홈에서 3, 4차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3차전은 10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