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방문팀 라커룸 한쪽 벽면에는 ‘Why Not’이라고 적은 흰 종이(사진)가 붙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흔들리고 있는 두산 불펜진의 희망 레스 왈론드(34)가 손수 쓴 부적이다. ‘왜 안 되겠어’란 뜻의 문구를 통해 1차전 역전패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되살려 보자는 외국인 선수답지 않은 마음 씀씀이를 보여준다.
사실 왈론드의 ‘Why Not’ 부적은 처음이 아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한 후 왈론드는 잠실구장 홈팀 라커룸 화이트보드에 똑같은 문구를 적었다. 부적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두산은 사직 3차전부터 반격을 시작해 잠실 5차전에서 기적의 3연승을 일궈냈다.
왈론드는 포스트시즌 들어 마음 씀씀이만큼이나 감동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용찬의 공백과 임태훈, 정재훈의 부진 속에 두산 불펜의 실질적 핵으로 활약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선 위기의 순간마다 3번 등판해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7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1자책점만 허용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호투는 이어졌다. 팔꿈치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2군까지 내려가는 등 용병답지 못한 성적(7승 9패 평균자책 4.95)을 기록했던 정규 시즌과는 천양지차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2로 쫓길 때 등판을 자원했다. 2. 3차전을 내리 던진 선수가, 그것도 외국인 선수가 시키지도 않은 등판을 자청하는데 가슴이 찡했다. 왈론드 덕에 대구까지 온 거라고 본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왈론드 부적의 기운을 받은 두산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동주 잘해줘 기쁨 두배”
▽김경문 두산 감독=지금껏 치른 6번의 포스트시즌에서 이렇게 스릴 있는 경기는 없었다. 마지막엔 가슴이 덜컹했다. 선수들이 뭉쳐서 잘했지만 마지막 (임)태훈이가 어려운 장면을 이겨낸 게 팀에 힘이 될 것 같다. 켈빈 히메네스를 6회 끝나고 바꾸려고 했는데 본인이 던진다고 해서 고마웠다. 오랜만에 (김)동주를 4번에 배치했는데 동주의 힘으로 이기니 기쁨이 두 배다.
“끝까지 따라붙어 만족”
▽선동열 삼성 감독=1회 공격 때 무사 1, 2루 기회를 못 살린 게 아쉽다. 타자들이 히메네스 공을 공략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때보다 몸쪽 제구가 잘됐고 포수들의 볼 배합도 좋았다. 졌지만 후반에 끝까지 따라붙고 좋은 경기를 했다. 홈에서 1승 1패한 것에 만족한다. 매 경기 결승이라고 생각하고 잠실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권혁은 좋지 못했지만 계속 기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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