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을 출발해 청계천과 한강변을 지나 서울숲으로 골인하는 제8회 하이서울마라톤(서울시, 동아일보 공동주최)이 열린 10일 서울 도심은 마라톤 축제의 장이었다. 남녀노소 내국인 외국인 등 9000여 명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서울의 명물을 감상하며 즐겁게 달렸다.
외국인들이 5위까지 주는 입상자 명단에 이름을 많이 올렸다. 풀코스 여자부에서 3시간13분50초로 2위를 한 크리스틴 칼턴 씨(36·미국)는 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칼턴 씨는 지난해까지 한국에 살았다. 씨티은행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 3년 전 한국에 와 2년간 살다가 지난해 12월 말 다시 남편을 따라 베트남으로 갔다.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도 참가해 완주했다.
10km 남자부에서 36분50초로 5위를 한 브래드 코일 씨(24·미국), 10km 여자부에서 50분37초로 5위를 한 알렉산드리아 웬젤 씨(28·미국) 등 모두 5명의 외국인이 입상했다.
13세 소녀 정해연 양(구리 장자중)은 10km 여자부에서 47분1초로 2위를 해 시선을 끌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공 기원이란 모토를 내걸고 열린 이날 레이스에는 신각수 제1차관 등 외교통상부 직원 20명이 10km에 출전해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 개최를 염원하며 달렸다.
이날 출발지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박진 국회의원, 이창식 우리은행 부행장, 김무균 스포츠토토 본부장, 박장수 아식스코리아 사장, 이의민 서울시생활체육회 회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신 차관 등 귀빈들이 참석해 격려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강호의 고수… 메이저급 첫 우승-男풀코스 강병성씨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
풀코스 남자부에서 2시간38분38초로 우승한 강병성 씨(33·사진)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군소 대회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메이저급 대회에선 첫 우승이기 때문이다. 하이서울마라톤은 가을철의 대표적인 대회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메이저 대회로 꼽히고 있다.
5년 전 경북 구미에서 우연히 회원을 모집하는 동호회 플래카드를 보고 마라톤에 입문한 강 씨는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 ‘마라톤 기업’으로 불리는 자동차부품회사 위스코로 스카우트된 강호의 고수다. 위스코는 마스터스 마라톤 고수들을 채용해 각종 대회에 출전시킨다. 이번 대회에도 20명이 출전했다. 강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저녁 1시간 30분씩 달린다. 40대 주부, 입문 7개월의 기적-女풀코스 노성숙씨
건강을 위해 집 앞 중랑 천변을 달리던 평범한 주부 노성숙 씨(46·사진). 그가 여자 마스터스 마라톤 우승을 거머쥐기까지 단 7개월.
10일 하이서울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노 씨는 3시간8분48초의 기록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3월 마라톤에 입문한 뒤 7개월 만에 이룬 기적이다.
깜짝 우승을 차지한 뒤 수줍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던 노 씨는 “첫 풀코스 도전이다 보니 25km 지점을 지났을 때 두려움이 생겼지만, 2위 선수가 외국인이어서 꼭 이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봉 마라톤클럽에서 노 씨와 남편 박관범 씨(49) 부부는 다람쥐와 도토리로 불린다. ‘하이서울’ 인연… 두번째 트로피-男하프코스 백정렬씨
“마라톤으로 23kg이나 뺐어요. 다이어트도 하고 성적도 좋으니 기분 최고네요.”
1시간11분44초의 기록으로 하프코스 남자부 1위를 차지한 백정렬 씨(42·사진)의 마라톤 입문은 아주 평범한 이유 때문이었다. 키 169cm에 몸무게는 한때 84kg에 이르렀다.
2003년에 8kg를 뺀 뒤 처음 하프코스에 도전한 구미 디지털마라톤에서는 완주 후 초주검이 됐었다. 하지만 몸무게가 줄어드는 만큼 실력은 쑥쑥 늘었다. 61kg까지 빼 전형적인 마라토너의 몸매로 변신한 그는 2008년 하이서울마라톤 하프코스에서 우승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하이서울마라톤에서 정 씨는 20km까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인 끝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타트부터 선두… ‘야생마’ 별명-女하프코스 이민주씨
짧은 톱 차림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레이스를 주도하는 이민주 씨(39·사진)는 마스터스 마라톤계에서 ‘달리는 야생마’로 통한다. 마스터스 선수들의 로망인 아식스 블루러너스 클럽의 여성 회원 4명 중 한 명이다. 블루러너스 회원들은 아식스의 후원을 받아 대회에 참가하는 준엘리트 선수. 마라톤 훈련이 없는 날에는 부산에서 특기적성교사로 활동하며 안전하고 즐거운 마라톤 알림이로 활약하고 있다.
10일 여자 하프 레이스도 이 씨의 독무대였다. 처음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 2위를 5분 이상 차로 따돌리며 1시간22분54초로 우승했다. 이 씨는 “선도 오토바이 운전자가 계속 노래를 틀어줘서 기분 좋게 레이스를 펼쳤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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