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 시구자는 탤런트 겸 영화배우 아라(20)였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긴 머리에 핑크색 모자를 눌러 쓴 아라는 오른손 정통파 폼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그의 깔끔한 시구는 두산 임태훈의 작품이다. 아라는 잠실구장 실내 연습장에서 오른손 정통파 임태훈으로부터 투구 지도를 받았다. 이날 시구 지도는 임태훈이 자청했다. 정확히 말하면 마구 졸랐다. 임태훈은 아라가 아역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팬이었다.
시구자가 경기장을 찾으면 보통 그날 선발 투수나 불펜 투수 중 한 명이 시구 지도를 한다. 올 시즌 두산에서는 임태훈이 세 번으로 가장 많고 홍상삼과 김선우가 두 번씩 했다. 임태훈은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연예인과 나이가 비슷하고 서글서글한 성격 덕분에 전문 시구 선생님이 됐다. 8월 12일 넥센전에서 시구를 한 가수 아이유는 임태훈의 팬임을 밝히며 그에게 직접 지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시구 지도에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갖췄어도 성적이 안 좋으면 맡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임태훈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준 완벽한 마무리가 아니었다면 이날 시구 지도는 불가능했다. 3년 만의 소원 성취 덕분이었을까. 6-6 동점을 허용한 8회 2사 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임태훈은 조동찬을 삼진으로 잡고 불을 껐다. 연장 10회까지 2와 3분의 1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그의 투구는 바로 두산이 원하던 모습이었다.
임태훈의 호투를 발판 삼은 두산은 6-8로 뒤진 연장 11회말 내리 3점을 뽑으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채 끝까지 경기를 지켜본 아라도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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