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와 이순신 장군. 시대가 다른 두 인물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안중근 의사는 일제시대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일본의 침략을 막아냈다. 모두 일본과 관계가 있다.
12일 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가 시작되기 전 한국 응원단석 쪽에서 두 개의 대형 걸개그림이 등장했다. 하나는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그림, 다른 하나에는 안중근 의사와 그의 손바닥이 그려져 있었다. 그만큼 한일전에 대한 축구팬들의 의미는 남달랐다. 관심과 중요성을 반영하듯 한일전을 보기 위해 6만25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일본에서도 138명의 취재진과 800여 명의 응원단이 모습을 보였다.
이번 한일전은 73번째 대결. 역대 전적은 72전 40승 20무 12패로 한국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 이날 한국은 0-0으로 비기며 2007년 7월 아시안컵(0-0 무승부) 이후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패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내용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특히 조광래 감독이 이번 경기를 위해 내세운 '포어 리베로' 시스템의 효용성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은 조용형(알 라이안)은 90분 내내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모스크바)를 밀착 수비하는데 치중했다. 공격 기회에서 이렇다할 공간 창출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혼다를 꽁꽁 묶어두면서 이기는 경기보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이날 한국은 3-4-3과 4-1-4-1 전형을 번갈아 사용했다. 무릎 통증으로 벤치를 지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신 윤빛가람(경남)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왔다. 전반 초반 한국은 강하게 일본을 밀어붙였다. 중반이 지나가면서 세밀한 패스워크를 내세운 일본의 반격이 시작됐다. 일본은 전반 23분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한국의 문전을 위협했다. 특히 일본의 혼다는 위력적이었다. 두 차례 장기인 왼발 슛으로 골키퍼 정성룡(성남)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 중앙 미드필더인 신형민(포항)과 최성국(광주) 대신 기성용(셀틱)과 염기훈(수원)을 투입했다. 전반에 위력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던 박주영(모나코)은 후반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후반 13분 페널티 지역 왼쪽 프리킥 기회에서 골키퍼가 쳐낸 공을 헤딩 슛했지만 일본 수비수가 걷어내며 아쉽게 골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한국은 이후에도 몇 차례 슛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문을 흔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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