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13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미국 LA에 체류중인 로이스터 감독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박영태 수석코치, 양상문 투수코치, 한문연 배터리 코치와도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장병수 사장 “우승이끌 감독 필요”…수석 등 핵심코치 3명도 교체
롯데 장병수 사장은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로이스터 감독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우리의 내년 시즌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면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개인의 성향을 면밀히 파악, 최대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다른 외국인 감독이 아니라 국내 감독을 후보군에 올리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장 사장은 “이제부터 새 사령탑을 물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대외적인 코멘트에 불과하다. 또다른 관계자는 “로이스터 감독과의 동반 퇴진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 박 수석 등 3명의 코치와 재계약을 포기한 것은 신임 사령탑과 충분히 교감을 나눴기에 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새 감독의 의중 반영 없이 핵심 보직인 수석, 투수, 배터리 코치를 바꾼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령탑 유력 후보 김재박, 왜?…현대시절 KS챔프만 4번! 풍부한 우승경험
그동안 신임 롯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은 김재박 전 감독, 김인식 전 한화 감독과 현직 사령탑인 A 감독 등. 그러나 롯데의 선택은 현대 시절 풍부한 우승 경험을 자랑하는 김재박 전 감독으로 기울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안팎의 분위기다. 롯데 구단 사정에 정통하고 김재박 감독과 최근에 만난 한 지인도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장 사장은 거듭 “우리는 이제 우승이 목표인 팀”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을 갖춘 상태에서, 포스트시즌에서 매번 좌절을 맛본 로이스터 감독이 보여주지 못했던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는 후보로 김 전 감독이 유력하다. 김 전 감독은 현대 시절이던 1998년과 2000년, 2003∼04년 등 4번에 걸쳐 한국시리즈 챔프에 올랐다. 2007년 LG 사령탑으로 옮겨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며 재계약에 실패, ‘하위팀을 상위팀으로 만드는 감독’으로는 실패했지만 선수 구성이 괜찮았던 현대 시절 연속 우승 경험이 있다.
로이스터 감독의 공과…3년연속 100만 관중 돌파·준PO진출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로이스터 감독은 그가 누누이 강조했듯 ‘어느 한국인 감독도 이루지 못한 롯데의 3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에 성공했다. 3년 연속 관중 100만 돌파라는 의미있는 기록에도 일조했다. 그러나 “내년에도 롯데 사령탑을 맡고 싶다”는 강력한 바람을 내비쳤던 그는 구단의 부름을 다시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단기전 운용 능력 부재가 첫 번째 이유. 3년 연속 팀을 준플레이오프(PO)에 올렸지만 2008년 3전패, 2009년 1승3패로 좌절을 맛봤고, 두산과의 올 준PO에서도 2승 뒤 3연패로 주저 앉았다.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코치들과의 소통 부재. 준PO가 끝난 뒤 한 선수는 익명을 전제로 이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로이스터 감독님의 재계약에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코치님들과의 소통 문제”라고 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워낙 주관이 뚜렷하고 소신이 강해, 주변 코치들의 조언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 더욱이 시즌 초 수비 불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좀 더 훈련량을 늘려야하는 게 아니냐’는 구단 고위층 주문에도 단호하게 ‘아니다’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선수단 반응…“정 많이 들었는데…냉정한 현실 수긍할 수 밖에”
로이스터 감독은 코치들과는 소통이 잘 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선수들의 자발적인 의지는 이끌어냈다. 이 점 만큼은 구단도 인정한다. 한 선수는 로이스터 감독 재계약 불발이 알려진 뒤 “우리가 못해서 준PO에서 떨어져 감독님께서 떠나시게 된 것 같다”면서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선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했다. 시즌 중 로이스터 감독 재계약 건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던 또 다른 선수 역시 “아쉬운 결과다. 그럼 이제 어느 누가 새 감독으로 오시는 거냐”고 후임 인선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며 “어느 분이든 빨리 결정되는 게 선수단을 위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대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