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보다 더 극적인 야구 드라마의 각본을 쓸 수 있을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에 웃은 것은 삼성이었다.
두 팀은 13일 대구에서 열린 최종 5차전에서도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혈전을 벌였다. 9회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에 들어갔고 11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박석민의 유격수 앞 안타로 삼성이 가까스로 이겼다. 5차전이 6-5로 끝나며 플레이오프 5경기가 모두 1점 차로 마무리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2006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정규시즌 2위 삼성은 15일부터 1위 SK와 대망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을 치른다.
○ 5점 차 뒤집기
초반 두산에 5점을 내줬을 때만 해도 승부의 추는 두산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은 4회 최형우의 2점 홈런과 김상수의 2타점 적시타로 4점을 추격하며 승부를 안갯속으로 끌고 갔다. 6회 무사 1루에서는 이영욱이 좌익수 김현수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다.
5-5 동점이던 운명의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박석민은 상대 마무리 임태훈의 구위에 눌려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공을 커트하기에 바빴다. 7구째 가까스로 방망이에 맞은 타구는 힘없이 유격수 쪽으로 굴러갔다. 그러나 급하게 전진하던 손시헌은 이를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옆으로 떨어뜨렸고 끝내기 내야안타를 만들어줬다. 시원한 한 방이 아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내야안타가 최종 5차전, 그것도 연장전까지 이어진 양 팀의 대혈투를 끝낸 것이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는 1차전 역전 결승 3점 홈런에 이어 4차전 결승 희생플라이를 때린 박한이가 선정됐다. 박한이는 5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연장 11회 고의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 잘 싸운 두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체력을 소진한 두산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뜻밖의 변수를 넘지 못했다. 2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기록하던 선발 켈빈 히메네스는 3회 1사 1, 3루에서 조동찬을 상대하다 오른손 엄지의 굳은살이 벗겨지는 부상을 당했다. 히메네스는 조동찬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으나 부상 여파는 다음 이닝에 나타났다.
4회말 선두타자 신명철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1사 1루에서 최형우 타석 때 2스트라이크 2볼에서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던지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우월 2점 홈런을 맞았다. 히메네스는 후속 조영훈에게도 가운데 펜스까지 날아가는 2루타를 맞은 뒤 레스 왈론드와 교체됐다.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장원삼 기대했지만 너무 잘 던져
▽선동열 삼성 감독=다섯 경기가 모두 1점 차 승부가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힘들었다. 장원삼이 오늘 잘해줄 거라 기대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삼성의 팀 컬러가 젊은 선수 위주로 바뀐 이후 분위기가 아주 좋다. SK와는 포스트시즌 첫 격돌인데 좋은 경기가 될 것 같다. 엔트리에 새로 넣은 오승환이 잘해줄 거라 기대한다.
똘똘 뭉쳐 최선 다한 선수들 고마워
▽김경문 두산 감독=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들이 뭉쳐 있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전체 선수들이 잘해줘서 고맙다. 오늘 경기에서는 선발 투수였던 켈빈 히메네스가 손가락 물집이 잡히면서 갑자기 빠진 게 너무 아쉽다. 그 때문에 투수 로테이션이 예상치 못하게 바뀌어 버렸다. 아쉽지만 내년이 기대된다.
삼성이 흐름을 타서 좋은 경기 예상
▽김성근 SK 감독=상대가 결정되니까 마음이 놓인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삼성이 흐름을 타서 좋은 시합이 예상된다. 한국시리즈라고 특별한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시즌 때 부족한 부분을 꼼꼼하게 준비했으며 컨디션은 70∼80% 올라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SK의 우세를 예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얘기는 믿을 게 하나도 없다. 흐름의 문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