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은 지난달 19일 SK와의 대구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하지만 이후 그라운드를 떠나지는 않았다. 후배들의 배팅볼 투수를 자처했고 타격 노하우를 전수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출전 명단에는 들지 않았지만 경기 전에는 타격코치로서, 경기 중에는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로서 후배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15일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후배들의 타격 훈련만 도와준 게 전부였다.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김성근 SK 감독이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는 더그아웃에 앉을 수 없다’는 규정을 말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 관심거리 중 하나는 ‘양준혁이 어디에서 경기를 볼까’ 하는 것이었다. 문학구장에 도착한 양준혁은 한때 ‘사부’였던 김성근 감독을 찾아 20여 분간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양준혁과 김 감독은 평소 존경하고 아끼는 사이다. 대화를 마친 후 둘은 ‘더그아웃 출입 문제에 대해선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팀 훈련을 마치고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어디에 있을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자 탈 쓰고 나올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여러 의미가 담긴 듯했다. 주위에선 양준혁이 있을 곳으로 방문팀 임원실이나 스카이박스 등이 거론됐으나 결국 그가 택한 곳은 구단 버스였다. 아예 경기장을 떠나 TV로 경기를 지켜본 것이다.
한편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졌던 SK 김광현이 6차전 때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TV 화면 사진이 공개되면서 김 감독의 이중 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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