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제53회 한국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양용은이 노승열에게 10타를 뒤진 상태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한 것에 대해 스포츠심리학자들은 과정목표(Process Goal)에 집중한 선수가 결과목표(Outcome Goal)에 집착한 선수를 제압한 현상으로 분석한다. 우승을 눈앞에 둔 노승열이 지나치게 최종 결과를 의식하며 지키려고 하다 샷이 흔들리며 무너진 반면 사실상 우승을 포기한 양용은은 한 타 한 타에 집중해 스코어를 줄여 경기의 양상을 바꿨다는 것이다.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도 이런 심리적 현상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홍 감독은 18일 ‘아시아경기 금메달=병역 면제’라는 공식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시아 최강이면서도 1986년 서울대회 때 금메달을 딴 뒤 지금까지 노 골드인 게 병역 면제가 당근이라기보다는 독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골프의 예에서와 같이 그동안 한국 축구가 과정보다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좋지 않은 결과를 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금메달 생각은 버리고 매 경기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통 스포츠에서 결과에 5%, 과정에 95%의 비중을 두고 경기에 집중해야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동기 부여는 될 수 있지만 최종 결과를 잘 내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특히 개인 종목이 아닌 단체 종목인 경우에는 과정에 집중하느냐 결과에 집착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의 양상이 확연히 달라진다. 홍 감독이 염려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11명이 하는 축구에서 병역 면제라는 당근에 집착해 한두 명이라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그 경기는 물론 대회 자체를 완전히 망칠 수 있다.
홍 감독은 당초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시기적으로 촉박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아시아경기라는 단일 대회를 위해 여러 팀에서 차출됐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서로 소통해 믿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24년 만의 아시아경기 축구 금메달. 홍 감독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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