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감독 주전 발탁 첫째 조건 스피드 작전 전개·시즌전략서도 숨가쁜 속도전SK야구는 칭기즈칸의 기마군단을 닮았다. 효율성을 절대가치로 두기에 속도에 목숨을 건다. 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한 원리는 3S 즉, 기동성(Speed) 간편성(Simplicity) 자부심(Self-Assurance)에 있었는데 SK야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로마 군단처럼 평원에서의 대회전으로 싸우는 보병 중심 전략이 아니라 게릴라처럼 속도를 무기로 치고 빠진다. SK야구가 화끈하게 압도하는 맛은 없어도 끝나고 나면 이겨있는 이유다.
이런 SK에서 발탁되려면 속도는 생명이다. SK 야수 중, 주루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떠올리기 어렵다. 비주얼부터 살찐 선수는 중용되기 힘들다. 한화 류현진, 롯데 이대호도 SK에서 뛴다면 감량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아킬레스 수술을 받아야 되는 박경완조차 빠를 땐 빠르다. 장타자 박정권도 17도루를 성공했다. 그린라이트가 기본적으로 부여된다. SK는 도루실패가 많은 팀(161회 성공·69회 실패)이지만 이는 곧 실패가 권장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SK의 속도는 필드에서만이 아니라 의사결정에서 두드러진다. SK의 인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덕아웃 안에서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것을 본 사람은 안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내리는 작전에 눈이 휙휙 돌아간다. 김 감독을 보다가 다른 감독을 보면 성에 안찰 지경이다.”
SK야구의 빠른 의사결정의 대원칙은 유비무환이다. 김 감독은 “절대 기사를 쓰지 말라”는 전제로 타 팀 감독의 전술을 비판할 때가 간혹 있는데, 그 결과를 따지기보다는 대안이 있는데도 쓰는 타이밍을 놓쳤을 때 유독 엄격하다.
한국시리즈는 그 절정이었다. 4차전까지 1회부터 투수가 몸을 풀었다. 시리즈 도중 알게 된 사실인데 SK는 두 번째 투수에게도 마치 선발처럼 미리 통보를 준다. 사실상 선발 2명을 준비시키는 방식이다. 더블 스토퍼라는 말은 들었어도 더블 스타터는 SK가 최초로 선보인 방식일 것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이건 어떤 식의 야구인지…”라고 평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즌 전략에서도 SK는 스피드가 최우선 사항이다. 김 감독은 8월부터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고 했다. 마무리 훈련부터, 스프링캠프 출발이 가장 빠른 팀도 SK다. 스프링캠프에 들어가자마자 실전에 돌입한다. 그 전에 몸이 안 만들어져 있으면 배겨내질 못한다. 개막해서 4월에 전력질주하는 전략도 그렇다. 4월만 잘 해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속도는 SK야구의 에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