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처음엔 K리그 집안 잔치 분위기였다. 성남 일화를 비롯해 지난해 대회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까지 네 팀이 출전해 모두 8강까지 올랐던 것. 하지만 4강에서 성남만 살아남았다.
그랬기에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밥과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 나서는 성남은 마치 국가대표라도 된 듯했다. 성남은 이 경기를 위해 새 유니폼도 맞춰 입었다. 노란색 상의는 성남의 팀 컬러지만 붉은색 하의와 양말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징색이다.
경기 전날 성남 신태용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K리그와 한국 축구를 대표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골키퍼이자 성남 수문장인 정성룡도 “새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서서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비장한 분위기 덕택인지 경기장엔 올 시즌 성남 구단 최다 관중인 1만996명이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응원 함성으로 들썩인 상황에서 성남도 전반 31분 조동건의 선제 결승골을 잘 지켜 1-0으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성남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조바한(이란)전 승자와 11월 13일 일본 도쿄에서 단판 경기로 우승 트로피를 다툰다.
6일 알 샤밥의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3-4로 패했던 성남은 이날 경기에서 1점 차 이상으로 이기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1, 2차전 합산 점수가 같을 경우 방문 경기에서 득점이 많은 팀이 결승에 진출하기 때문.
성남은 초반부터 상대 팀을 강하게 몰아붙여 주도권을 잡아간 끝에 전반 31분 조동건의 골이 터졌다. 성남 미드필더진이 상대 진영 깊숙이 보낸 공을 조병국이 다시 헤딩으로 상대 골 지역까지 밀었고 조동건이 공을 쫓아 쏜살같이 달려간 뒤 한번 튄 공을 공중에서 왼발로 찍어 차 넣었다.
신 감독은 “팬들의 성원 덕분에 이겼다. 도쿄에서 승전보를 전해 오겠다”고 말했다.
성남은 이 대회의 전신인 아시아클럽선수권에서 신 감독이 선수 시절이던 1996년 정상을 밟았지만 2002년 AFC 챔피언스리그가 출범한 뒤로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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