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투수’ 선동열도 헷갈린… 선발 없는 야신式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SK 선발(투수)은 의미가 없다.”

19일 끝난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무너진 선동열 삼성 감독은 “SK 선발은 선발이 아니다. 그냥 먼저 나오는 투수다. 어떤 식의 야구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야구를 하는 SK에 완패한 선 감독은 “졌는데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위력을 떨친 SK의 선발투수 없는 야구가 단기전 마운드 운영의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SK는 매 경기 5∼7명의 투수를 벌 떼처럼 마운드에 올리며 한 차례의 선발승도 없이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복귀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선발투수의 승리 없이 우승을 차지한 건 2001년 두산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가 4승 중 3승을 선발이 거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규 시즌 다승왕 김광현을 비롯해 카도쿠라 켄, 송은범, 게리 글로버 등이 버티고 있는 SK 선발진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런데도 SK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왔던 김광현이 4와 3분의 2이닝을 던진 게 가장 길게 던진 것이다. 5회 김광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김성근 감독은 가차 없이 마운드에서 내렸다. 2차전 선발 이승호는 1과 3분의 2이닝, 3차전 카도쿠라는 2이닝, 4차전 글로버는 4이닝을 던지고 내려왔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도 선발승은 한 번뿐이었지만 두 팀은 연장 2차례를 포함해 매 경기 1점 차 승부를 벌여 SK의 선발 없는 야구와는 사정이 달랐다.

SK는 정규 시즌에도 선발승의 비율이 높지 않다. 84승 중 48승만 선발투수들이 거둬 선발승 비율(57.1%)은 8개 팀 중 6위. 선발과 구원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이기는 야구를 추구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선발투수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건 김성근 감독 개인의 스타일로 봐야 한다”며 “이런 야구가 이기는 야구를 하는 데 상대적으로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각 팀의 사정이 다르고 감독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단기전에서 선발투수 없는 야구가 꼭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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