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승용차 한 대조차 보기 힘든 비무장지대(DMZ)였다. 하지만 22일 이곳에선 사이클 102대의 환상적인 군무가 펼쳐진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뀐 데에는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려는 군의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2010투르 드 DMZ∼서울 탄생을 위해 1년간 불철주야 뛴 사람이 있다. 6·25전쟁 60주년 사업단 배후섭 대령(49)이 그 주인공이다.
배 대령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진행하던 중 동아일보의 제안을 처음 받고 짜릿함을 느꼈다. “4월 임진강 전투 상기 행사, 9월 낙동강 지구 전승 행사 등을 기획하고 있었지만 국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 6·25전쟁의 상흔을 알리고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데 비무장지대 사이클 대회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군사 작전 지역에 민간인과 외국인이 출입하는 것에 부담감이 많았지만 대회 취지에 공감한 군의 승인이 떨어지자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단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배 대령은 “지난해 10월부터 10여 차례 육군과 정밀 정찰을 진행했는데, 최대한 세계에 DMZ 실상을 보여줄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DMZ∼서울 코스 확정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민통선 이북 지역엔 북쪽 비무장지대가 훤히 내려다보이거나 북한의 직화사격 범위 안에 있는 등 사고 위험 지역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제4땅굴에서 1일차 시상식을 추진했지만 경계 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통과하는 것으로 코스를 조정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돌아선 것도 부담감이었다.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코스의 90% 이상을 소화하려던 계획도 조정됐다. 배 대령은 “전쟁의 실상을 세계에 더 알리지 못해 아쉽지만 성과도 적지 않다. 2일차에 통일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건너 골인하게 돼 있는데 이전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통일대교에선 민간인 차량의 북단 이동이 금지돼 있다.
배 대령의 꿈은 ‘강한 군대 따뜻한 육군’을 만드는 데 밀알 하나라도 더 보태는 것이다. 2010 투르 드 DMZ∼서울은 그가 힘을 보탠 수작 중의 수작이다. 배 대령은 “선수들이 힘들겠지만 전쟁의 상처를 많이 느끼고 돌아가 주위에 알려주길 바란다. 대회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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