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2연패… 이틀 선두 김송희 또 막판에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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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우정’의 얄궂은 운명 “친구야 미안해”

얄궂은 운명이었다. 하나뿐인 우승 트로피를 향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그들은 22세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였다. 최나연(SK텔레콤)과 김송희(하이트).

이들은 31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처음으로 챔피언조로 맞붙었다. 김송희가 전날까지 8언더파로 이틀 연속 선두를 지킨 가운데 최나연은 1타 뒤진 2위였다.

중2 때인 2002년 처음 만나 월드컵 축구도 같이 보며 가까워졌던 이들은 지난해 12월 미국 올랜도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사는 이웃사촌이 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최나연이 먼저 자리를 잡은 김송희를 따라갔다. 이들은 체력, 멘털, 스윙 코치도 똑같다. 최나연은 지난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55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따낸 뒤 “이젠 송희 차례”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녔어도 우승 대결에서 양보는 없었다. 경기 전 서로 “열심히 하자”고 손을 맞잡은 뒤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87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김송희는 7번 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최나연에 3타 차로 앞서 무관의 한을 푸는 듯했다.

하지만 8번 홀(파3)에서 최나연이 4m 거리의 까다로운 버디퍼트를 넣은 뒤 김송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나연은 후반 들어 10, 11번 홀 연속 버디를 해 9, 10번 홀 연속 보기를 한 김송희를 추월했다. 최나연은 13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12, 13번 홀 연속 보기로 무너진 김송희에 3타 차로 앞섰다.

결국 3타를 줄인 최나연이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시즌 2승이자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 27만 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174만2028달러로 상금 선두에 나섰다. 상금 2위는 신지애(159만9768달러).

최나연은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집중해 100% 이상을 쏟아 부었다”며 “송희는 우승만 없을 뿐 진짜 실력 있는 친구다. 우승이란 두 글자를 지우고 여유를 찾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위로했다. 최나연은 라운드 도중 김송희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갖고 있던 빵을 먹어보라고 세 차례나 권유하기도 했다.

2007년 LPGA투어 데뷔 후 88번째 도전에서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김송희는 1타를 잃어 3위(7언더파)에 머물렀다.

1만5000여 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닌 가운데 김송희는 “국내에서 이런 열기는 처음이었다. 갤러리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쏟아져 리듬을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최나연은 “정말 방해가 많았지만 일일이 대응하면 플레이를 못할 것 같아 캐디에게 주변 정리를 요청해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주변 환경에 대한 대처에서도 승자와 패자의 모습은 달랐다. 한국계 혼혈 선수 비키 허스트가 2위(8언더파)를 차지했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자 최나연 우승 소감


▲‘무관의 한’ 아쉬운 프로골퍼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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