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삼용 감독과 페루 김철용 감독은 한 때 한솥밥을 먹던 끈끈한 관계였다. 2000시드니올림픽 때 감독과 코치로 한국대표팀을 이끈 멤버였다.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상대가 어떤 작전으로 나올지 뻔히 꿰고 있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7일 오전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10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2라운드(16강)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양 감독은 적으로 만났다.
김철용 감독은 “페루는 아직 멀었어”라고 말했지만, 경기 내내 벤치에서 다양한 작전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하지만 한국이 한 수 위였다.
한국은 페루에 세트스코어 3-1(24-26 25-15 25-18 25-23)로 역전승을 거두고 2라운드 3승2패를 마크했다. 페루는 5연패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 페루와 상대전적에서 9연승을 기록했다.
김연경은 21득점으로 활약했고, 황연주도 15득점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정대영은 5개의 블로킹으로 높이를 책임졌다.
전체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연속 3실점으로 시작된 1세트에서는 계속 끌려가다 정대영의 블로킹으로 20-19,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24-24 듀스를 허용한 뒤 연속 2실점으로 무너졌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2세트에서 16-10으로 일찌감치 점수차를 벌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초반, 7-13까지 뒤지며 불안했지만 13-15에서 한송이의 서브에이스 2개와 정대영의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한 뒤 이후 블로킹 4개를 더 추가하며 상대를 제압했다.
4세트도 22-22까지 시소게임이 계속 진행된 가운데 상대의 연속 실책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든 한국은 김연경의 스파이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박삼용 감독은 “어제(6일) 폴란드와 풀세트(2-3 역전패)까지 경기를 하다보니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또 그동안 오후에 경기를 모두 했는데 오늘 오전에 경기하다보니 적응이 안됐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맡겼고 고비를 잘 넘겨줘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