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무명검객’ 원우영 세계 1위 꺾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세계펜싱선수권 사브르 개인전 金, 아시아 男선수 최초… 亞경기 ‘파란불’

원우영(28·서울메트로)은 한국 펜싱의 간판스타 남현희(성남시청)의 남자 친구로 유명세를 탔다. 지금은 연인 사이가 아니지만 ‘펜싱선수’로 원우영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그해 이탈리아 세계선수권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고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런 원우영이 한국 펜싱 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웠다. 세계 랭킹 36위인 원우영은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 1위 니콜라스 림바흐(독일)를 15-9로 눌렀다. 아시아 선수가 세계선수권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펜싱은 2002년 여자 에페 최강자였던 남현희가 포르투갈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고 2005년 독일 대회에서는 남현희 서미정 정길옥(이상 강원도청)이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원우영은 남자 사브르 베테랑이지만 최근 컨디션 난조로 대회에 많이 출전하지 못해 랭킹이 많이 하락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남자 사브르 대표 4명 가운데 랭킹이 가장 낮다. 오은석(국민체육진흥공단)은 2위, 구본길(동의대)은 3위, 김정환(상무)은 18위다. 그러나 남자 사브르 대표팀 이욱재 코치는 “원우영이 그동안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기량은 충분하다.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돼 있어 어느 선수가 금메달을 따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그동안 유럽 선수들이 주로 우승했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 의미가 크다. 아시아경기에서도 선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금 4, 은 7, 동메달 3개를 따며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던 한국 펜싱은 이번에도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펜싱 대표팀은 13일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했다가 15일 광저우로 향한다. 아시아경기에서 펜싱은 18일부터 시작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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