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 수첩]84세 美대학풋볼 老감독 ‘기적의 400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존 패터노 감독
존 패터노 감독
7일 미국 스포츠 최대 뉴스는 대학풋볼 최고령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조 패터노 감독의 통산 400승 달성이다. 84세의 패터노 감독은 1966년 지휘봉을 잡은 이래 이날 노스웨스턴대를 35-21로 누르고 400승을 작성했다. 대학풋볼 디비전1에서 400승을 거둔 지도자는 패터노 감독이 처음이다.

대학풋볼은 정규시즌 12경기와 플레이오프 격인 볼게임까지 합하면 통상 13경기를 치른다. 10승만 거두면 매우 우수한 지도자에 속한다. 해마다 10승씩 거둔다고 해도 40년이 걸리는 긴 시간이다. 패터노 감독은 45년 만에 400승에 도달했다. 패터노 감독의 뒤를 이은 최다승 현역 지도자는 오하이오주립대의 짐 트레셀 감독(57)으로 237승을 기록 중이다.

사실 한 대학에서 40년을 봉직하기도 쉽지 않다. 승부의 세계인 스포츠 감독으로 45년을 재임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성적이 안 좋으면 동문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게 미국 대학 스포츠다. 기부금을 많이 내는 동문들은 입김이 세다. 패터노 감독이 45년간 재임하는 동안 대학풋볼 디비전1에서 교체된 감독은 860명에 이른다.

이날 맞붙은 노스웨스턴대의 팻 피츠제럴드 감독은 36세다. 패터노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가 태어난 1974년에 패터노 감독은 벌써 84승을 거뒀다.

84세면 60분 동안 사이드라인에 서서 경기를 지휘하기 어려운 나이다. 풋볼은 ‘체스게임’으로 통할 정도로 상황에 따른 전술과 전력의 변화가 심하다. 나이가 들어 총기가 떨어지면 전술의 변화를 따라잡기가 힘들다. 풋볼 감독들이 다른 종목에 비해 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패터노 감독은 단순히 최다승을 거둔 지도자로 평가받는 게 아니다. 교육자이며 박애주의자로서도 명성이 높다. 1949년 명문 아이비리그 브라운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생들에게 학업을 강조한다. 디비전1의 풋볼선수 평균 대학 졸업률은 67%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78%에 이른다. 영문학도이자 교육자답게 학생들에게는 항상 어법에 맞는 바른 말을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주말리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국내 학원 스포츠에도 패터노 감독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로스앤젤레스에서

문상열 기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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