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K리그 드래프트 폐지” 시위 대학감독들에 대한 두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2011년 프로축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9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는 대학 감독들이 드래프트제 폐지 시위를 벌였다. 전날 이곳에서 합숙까지 하며 회의를 한 이들은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이들은 “드래프트제는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몸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제도”라고 주장했다.

드래프트제는 과도한 금전 거래 등 신인 선수 쟁탈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지명권 제도.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는 자유계약제를 실시하지만 한국은 선수 몸값의 지나친 상승으로 프로 구단의 경영이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드래프트제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대학 지도자들의 지나친 금품 요구도 드래프트제를 실시한 하나의 원인이다. 한 프로 구단 단장은 “사실 선수의 처지에서는 드래프트제가 독약이다. 하지만 대학 지도자들이 선수를 볼모로 과도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명 선수 하나로 뒷돈은 물론 축구장과 인조잔디 건설까지 바라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학 지도자들은 “고등학교에서 선수를 데려오려면 돈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대학은 스카우트비는 불법이라며 팀 운영비 외에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번번이 대학 지도자들이 금품 비리로 걸려들고 있다.

자유계약제가 실시되려면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 프로에서 선수를 키우고 유망주들은 고교만 졸업하면 프로에 입단하는 추세니 대학은 다른 활로를 찾아야 한다. 고교 때까지 빛을 보지 못한 선수를 제대로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지도자나 심판, 축구 행정가 등으로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지금같이 선수를 키워 프로에 보낼 생각만 한다면 자유계약제를 실시할 경우 뒷돈과 이면 계약 등 폐해가 다시 나타난다. 대학도 지도자들이 성적에 얽매이기보다는 선수를 지도자나 행정가 등 다른 형태의 축구인으로 성장시킬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뒷돈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양종구 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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