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초반 기대 이상의 `금빛 레이스'를 펼치는 한국 선수단에 17일부터는 종주국을 대표하는 `태권 전사'들이가세해 날개를 달아줄 예정이다.
하지만 태권도 대표팀은 경기도 시작하기 전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바로 터무니없는 홈 텃세다.
16일 대한태권도협회에 따르면 광저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전날 태권도 종목 참가국 대표자 회의에서 경기 일정 변경을 통보했다.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치르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체급별 경기 일정이 크게 흔들렸다.
김성호(용인대)가 출전하는 남자 54㎏급의 경우 애초 17일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20일로 바뀌었다. 19일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해온 남자 87㎏급의 박용현(용인대)은 17일로 경기 날짜가 당겨져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 총 16개 체급(남녀 8체급씩) 중 12개 체급(남녀 6체급)에 출전하는데 경기 일정이 바뀌지 않은 선수는 장경훈(수성구청.남자 74㎏급)과 이대훈(한성고.남자 63㎏급), 황미나(동아대.여자 46㎏급), 오정아(인천시청.여자 73㎏초과급) 등 넷뿐이다.
나머지 8명의 선수는 바뀐 일정에 따라 부랴부랴 몸 상태를 맞춰야 하는 처지가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경기 일정이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태권도가 체급 경기라는 점에서 이틀 전에야 새 일정을 통보한 것은 국제무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선수들은 경기 일에 맞춰 체중을 조절하고 컨디션을 유지해 온다. 무엇보다 경기 전날 계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경기 일정 변경은 선수들에게 큰 짐이 될 수 있다.
남자 대표팀 코치인 류병관 용인대 교수는 "대표자 회의에서는 일정 변경에 대해 이해할만한 설명도 없이 그저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것이 최종 일정이니 더는 바꿀 수 없다'면서 다른 참가국들의 반발을 무시했다. 중국 오픈대회도 아니고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데 이것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어이없어했다.
일정 변경이 홈 텃세라는 구체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있다.
류 교수는 "중국 코치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은 이미 바뀐 일정에 맞춰 훈련해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대표자 회의에서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 도입되는 전자호구 시스템도 논란이 됐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착용하기로 한 전자호구의 제조사는 그대로이지만 여러 문제점을 보완한 최신 제품이 아니라 성능이 향상되기 전의 제품을 쓰겠다고 대회 조직위가 밝히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류 교수는 "다행히 전자호구 건은 참가국들이 대회 불참도 불사하겠다고 맞서 막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그동안 거짓 정보를 흘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일정을 바꾼 것만 해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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