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세계선수권중 어머니 뇌졸중 입원귀국후 태릉·병원 오가며 지극한 간호폐렴 재입원 모른채 AG참가 불굴 투혼
장미란. [스포츠동아 DB]
‘아, 어머니.’ 병상의 어머니에게 바친 금메달이었다.
9월28일이었다. 맏딸이 9월 터키 안탈리아 세계역도선수권을 마치고 돌아오기 하루 전. 장미란(27·고양시청)의 어머니 이현자 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뇌출혈로도 번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본인도 허리디스크를 안고 있었지만, 소문난 ‘효녀’의 마음은 어머니의 병상을 향했다. 장미란은 태릉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도 수시로 병원에 들러 어머니를 간호했다. 전국체전 직전이던 10월3일(일)에는 하루 종일 어머니 곁을 지켰다.
역도 선수에게는 휴식도 훈련의 일환이다. 하지만 1주일에 딱 하루 있는 휴일마저 바친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태릉으로 돌아가면, 장미란은 어머니를 위해서 더 이를 물었다. 허리부상에도 투혼을 펼쳐야 했던 이유다.
딸의 극진한 마음씀씀이 속에 병세가 호전됐지만, 또 다른 비보가 날아들었다. 어머니는 폐렴까지 앓게 됐다. 결국 다시 입원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족은 이 사실을 장미란에게 숨겼다. 장미란의 아버지 장호철 씨는 “아시안게임 앞두고 (장)미란이 마음을 무겁게 할까봐 그랬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도 딸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지, 경기가 다가올수록 건강을 회복했다. 결국 딸의 경기를 이틀 앞둔 17일, 퇴원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장호철 씨가 딸 응원을 위해 광저우로 떠나던 날이었다.
이현자 씨의 헌신적인 딸 뒷바라지는 이미 역도계에서 유명하다. 장미란의 학창시절. 어머니는 몇 시간을 뜨거운 불 옆에서 정성스럽게 곰탕을 끓였다. 운동을 마치고 녹초가 된 딸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 곰탕실력 덕에 식당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를 위해 장미란은 금빛 바벨을 들었다. 장호철 씨는 “(장)미란이가 워낙 지극정성이었다. 광저우에서도 어머니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더라. 아마 금메달을 땄으니 미란 엄마의 마음도 편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미란은 19일 둥관체육관에서 열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역도최중량급(+75kg급)에서 합계 311kg(인상130kg·용상181kg)으로 1위에 올랐다. 인상에서는 뒤졌지만, 용상에서 역전에 성공한 명승부였다. 멍수핑(21·중국) 역시 합계 311kg(인상135kg·용상176kg)을 들었지만, 체중차(장미란115.92kg·멍수핀116.70kg)로 밀렸다.
이로써 장미란은 세계선수권(2005·2006·2007·2009년)과 올림픽(2008년)에 이어 아시안게임마저 정복하며 여자역도의 그랜드슬램 위업을 달성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