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수능 성적표 대신 金 땄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고3 최연소 태권도 대표 이대훈 63kg급 우승

한성고 3학년 이대훈(18)은 18일 실시된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고등학생으로는 유일하게 12명의 태권도 국가대표로 선발돼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체육특기자 특별전형으로 이미 용인대 태권도학과에 합격한 상태라 수능을 볼 이유도 없었다.

이대훈은 수능 다음 날인 19일 아시아경기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대훈은 이날 중국 광저우 광둥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63kg급 결승에서 나차뿐통(태국)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10-9로 이겨 정상에 올랐다.

182cm의 큰 키에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외모를 갖춘 이대훈은 평소에는 조용한 성격이다. 하지만 코트에만 서면 맹수처럼 상대방을 몰아친다. 하체가 긴 데다 유연성이 좋아 얼굴돌려차기 등 안면 공격이 일품이다.

이대훈은 이날도 첫판에서 무바라크 알샤리프(사우디아라비아)에게 29-0, 16강전에서 아바디 무아드(예멘)에게 21-1로 앞선 가운데 가볍게 RSC(주심 직권 판정승) 승리를 따냈다. 8강에서도 추위안츠(대만)를 24-4로 가볍게 제쳤다. 준결승에서 만난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 고촘리(필리핀)에게 연장 접전 끝에 5-4로 이긴 게 가장 적은 점수를 뽑은 경기였다.

어린 나이지만 이대훈은 올해 4월 대표선발전에서 남자 태권도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6명의 대학, 실업선수들을 상대해 평균 13.7점이라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 덕분에 그는 최연소 태권도 국가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첫 성인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이대훈은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만 해도 기쁜데 금메달까지 따 너무 좋다”며 “주특기인 상단 공격이 상대에게 잘 알려져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번 대회에 잘 먹혔다”고 말했다.

여자 62kg급 결승에서는 노은실(21·경희대)이 라헤레 아세마니(이란)를 14-2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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