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5분 0대1 ▶▶ 전반 49분 0대2 ▶▶ 후반 3분 1대2 ▶▶ 후반 4분 1대3 ▶▶ 후반 33분 2대3 ▶▶ 후반 43분 3대3 ▶▶ 후반 44분 4대3
여기서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아직 끝이 아니었기에.
23일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축구 준결승전. 한국은 0-0으로 맞선 연장 후반 종료 5초 전 통한의 골을 허용했다.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간판 공격수 박주영(모나코)은 눈물 대신 주저앉은 선수들에게 다가가 위로하며 일으켜 세웠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야. 다시 일어나야 해”라고 말하는 듯했다.
25일 광저우 톈허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3, 4위전. 한국은 1-3으로 뒤지던 후반 33분 박주영의 추격 골을 시작으로 후반 43, 44분 지동원(전남)의 연속 골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1986년 서울 대회 우승 뒤 24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던 한국은 동메달을 목에 걸며 2006년 도하 대회 3, 4위전에서 이란에 패했던 아픔을 털어냈다.
한국은 전반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며 0-2로 끌려갔다. 결승 진출 실패로 병역 면제가 날아간 탓인지 선수들은 목표의식을 잃은 듯 보였다. 하지만 후반 들어 한국 선수들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이란 선수들을 괴롭히며 추격했다. 후반 3분 구자철(제주)이 왼발 중거리 슛으로 첫 골을 신고했다. 한 점 차로 추격하는가 싶었지만 이란에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후반 30분이 넘어가자 한국의 패색이 더욱 짙어졌다.
이때 기적 같은 역전극이 펼쳐졌다. 후반 33분 서정진(전북)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공을 박주영이 그대로 차 이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43분 서정진의 오른쪽 크로스를 지동원이 골문 왼쪽에서 머리로 방향을 바꿔 동점골을 터뜨렸다. 1분 뒤 지동원은 다시 헤딩슛으로 역전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올리자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번엔 박주영이 펑펑 눈물을 쏟았다. 구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한 대회였다. 금메달 목표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극적인 역전승으로 따낸 동메달의 기쁨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박주영은 경기 뒤 “동료들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고개 들고 당당히 경기장을 떠날 수 있도록 하자’고 얘기했다”며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소중한 깨우침을 선물해 준 후배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잘 마무리해줘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 동메달은 아깝게 놓친 금메달보다 값지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과 아랍에미리트의 결승전에서는 일본이 1-0으로 이기며 아시아경기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