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男핸드볼 ‘도하 응어리’ 통쾌하게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이란 꺾고 4년전 중동심판 어거지 판정 恨 씻어
윤경신 고별무대 금빛 장식… 여자는 銅 마침표

2006년 도하는 악몽이었다. 한국 남자 핸드볼은 4위를 했다. 2002년 부산 대회까지 5회 연속 우승했던 ‘아시아 지존’이 동메달도 따지 못했다. 문제는 야구처럼 방심하다 허를 찔린 게 아니라 심판의 어처구니없는 장난에 당했다는 것이다. 홈팀 카타르와의 준결승에서 쿠웨이트 심판은 한국이 상대와 조금만 신체 접촉을 해도 턴 오버를 선언했다. 중거리 슛만 던져야 했다. 골을 넣어도 라인을 밟았다며 무효 처리하기 일쑤였다.

윤경신은 “지금까지 핸드볼을 해 온 게 창피하다. 판정 때문에 10점쯤 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100점을 뺏겼다. 핸드볼의 신이라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은 3, 4위전에서 중동의 이란과 만났지만 편파 판정에 다시 울었다. 쿠웨이트 왕자이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인 아메드 알 사바에게 충성하기 위해 중동 심판들이 모의를 했고, 각본대로 쿠웨이트, 카타르, 이란이 1∼3위를 했다.

한국이 26일 화스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이란을 32-28로 꺾고 4년 전 억울함을 갚았다. 선수들은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 회장과 어깨동무를 한 채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이태영(9득점)의 슛으로 앞서 나간 한국은 이란을 9분 동안 무득점에 묶으며 6-1까지 달아났다. 이란은 전반 15분 5-7로 추격했지만 한국은 ‘핸드볼 황제’ 윤경신(6득점)과 날쌘돌이 이태영이 코트를 휘저으며 다시 점수를 벌려 나갔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잠시 위기를 맞았다. 약 6분간 득점하지 못하고 16-13으로 쫓겼다. 조영신 감독은 골 결정력이 뛰어난 심재복을 투입해 바로 득점에 성공했다. 단숨에 승기를 되찾은 절묘한 작전이었다.

대표팀 16명 가운데 병역을 해결하지 않은 선수는 정의경과 심재복 등 모두 6명. 이 중 박중규, 오윤석, 정수영, 유동근 등 4명은 상무 입단 테스트까지 마쳤지만 금메달을 따면서 기분 좋게 상무행 티켓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게 됐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윤경신은 6회 연속 출전해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경기 고별 무대를 금빛으로 장식했다. 윤경신은 “20년 동안 대표 선수로 뛰어 늘 가슴속에 태극기가 있는 것 같다. 세대교체가 잘돼 한국 핸드볼은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질게 많이 했다. 미안하고 고맙다. 도하 같은 불상사가 없도록 최 회장을 비롯해 협회에서 애를 많이 썼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일본에 져 아시아경기 6연패에 실패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카자흐스탄과의 3, 4위 결정전에서 38-26으로 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땄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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