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 하지만 사직구장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롯데 골수팬인 이 씨는 늘 사직구장 외야 스탠드에서 커다란 곱슬머리 가발에 중절모를 쓰고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2008년 한 TV프로그램에 소개됐을 정도다. 일본 유학원을 경영하는 터라,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롯데 선수들에게 직접 선생님 역할을 할 정도로 애정이 많았다. 2007년 롯데 소속이던 김민성(넥센)이 데뷔 첫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을 때, 공을 주운 관중에게 직접 부탁해 홈런볼을 찾아다 준 사람도 이 씨였다.
그런 그가 25일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함께 응원했던 롯데 팬들은 물론 선수단과 구단 직원들도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한 선수는 “누구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많은 분이었다. 선수들에게도 많은 힘을 주는 팬이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터나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