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베테랑의 힘 전자랜드, 걱정은 체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원로 농구인 염철호 씨(75)는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할 때 경기 막판에는 늘 “승부를 가르는 4쿼터”라는 멘트로 체육관 열기를 끌어올렸다. 농구에서 승패로 직결되는 마지막 쿼터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올 시즌 초반 전자랜드만 봐도 그렇다. 전자랜드가 13승 3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데는 강력한 뒷심 덕분이다. 3쿼터까지 뒤졌던 8경기에서 6차례나 역전승을 거뒀다. 전자랜드의 8일 현재 4쿼터 평균 득점은 21.9점으로 10개 구단 중 1위다. 게다가 전자랜드는 4쿼터 평균 실점이 18.2점으로 가장 적다. 공격과 수비가 이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다. 6위 LG는 4쿼터 평균 득점 2위(21.4점)에 올랐지만 실점이 공동 8위(21.1점)로 실속이 없었다.

전자랜드는 8일 SK와의 잠실 방문경기에서도 한때 10점 이상 뒤졌지만 4쿼터에 35-22로 앞선 끝에 뒤집기 승리를 장식했다. 이 경기에서 3쿼터까지 3점에 묶였던 문태종은 마지막 10분 동안 15점을 퍼부었다. 문태종은 올 시즌 평균 18득점 중 7.3점을 4쿼터에 집중시키며 해결사로 떠올랐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주전 가운데 경험이 풍부하고 이기는 맛을 아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 상대의 전술 변화에 다소 시행착오를 겪다가 뒤로 갈수록 흐름과 상황을 읽고 대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장훈(36), 신기성(35), 문태종(35)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은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으로 고비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유 감독이 선수와 코치로 몸담았던 현대도 1990년대 후반 4쿼터에 유달리 강한 면모를 보였다. 당시 현대가 속공과 이상민의 2대2 플레이, 조성원이 3점슛 등으로 위력을 떨쳤다면 전자랜드는 스피드보다는 높이와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모습에서 차이를 보인다.

경기 때 좀 뒤져도 진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됐다는 전자랜드. 장기 레이스에서 30대 중반인 전자랜드 주전들의 체력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이 숙제를 풀어야 전자랜드의 쾌속 항진은 계속될 것 같다.

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