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으로 상무신협이 앞선 5세트. 삼성화재 코트 왼쪽에서 솟구쳐 오른 가빈이 힘껏 팔을 휘둘렀다. 공은 빠르고 강했지만 엔드라인을 벗어났다. 상무는 강동진의 잇단 오픈 공격으로 2점을 추가한 뒤 홍정표의 오픈 공격으로 경기를 끝냈다. 우승이라도 한 듯 기쁨의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지난 시즌 상무는 3승(33패)에 그치며 꼴찌를 했다. 개막전에서 우리캐피탈을 꺾은 뒤 23연패의 길고 어두운 터널도 지났다. 리그 흥행을 위해 초청 팀 상무를 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상무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신협상무에서 상무신협으로 이름을 바꿨다. 안방 없이 떠돌아다니던 신세에서 벗어나 경기 성남을 연고지로 얻었다. 많은 게 바뀌었지만 상무는 이번에도 최약체로 꼽혔다. 용병들이 펄펄 나는 다른 팀을 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상무 최삼환 감독은 조용히 개막을 기다렸다. 2005시즌 신인왕 하현용(전 LIG손해보험)과 2005∼2006시즌 신인왕 강동진(전 대한항공)이 7월 말 입대하면서 전력이 크게 보강됐고 처음으로 연고지가 생기면서 선수들의 의지도 예년과 달랐다.
상무가 9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삼성화재를 3-2(25-15, 25-21, 22-25, 20-25, 15-12)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상무가 삼성화재를 꺾은 것은 지난해 1월 6일이 유일하다. 상무는 상대전적에서 2승 36패를 기록하게 됐다.
1, 2세트를 잇달아 내준 삼성화재는 3세트부터 ‘최고 용병’ 가빈의 공격력이 살아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상무의 정신력을 결국 넘지 못했다. 상무는 강동진, 하현용과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홍정표가 나란히 16점씩 올렸고 황성근과 양성만이 각각 12점을 보태는 등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삼성화재는 가빈이 34점, 박철우가 27점을 올렸지만 상무 ‘조직력 블로킹’에 18점을 헌납한 게 발목을 잡았다. 최 감독은 “홈 코트가 생기면서 선수들에게 의욕이 생겼다. 지난 3개월 동안 야간 훈련을 해가며 준비한 게 효과를 봤다. 자신감이 살아나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 도로공사는 인삼공사를 3-1(25-19, 19-25, 25-21, 25-14)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4승(24패)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 남녀부 모두 지난 시즌 꼴찌 팀이 챔피언을 무너뜨린 ‘파란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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