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영화 ‘골!’에서 축구 재능을 타고난 산티아고 무네즈(오른쪽)는 팀워크에도 점차 눈을 뜨면서 축구 선수로서 성공에 더욱 다가간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대부분의 선수는 자신들의 한계 내에서 플레이하지. 딱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니까 약점도 드러나지 않아. 하지만 (너처럼) 재능을 가진 대단한 선수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왜냐하면 위험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2005년 제작돼 국내에서도 상영됐던 영화 ‘골!’은 스카우트 글렌 포이(스티븐 딜레인)의 입을 통해 스포츠에서 재능이 의미하는 핵심을 잘 집어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재능을 꽃피우는 데는 꿈과 용기, 팀워크 등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축구가 전부였던 미국의 멕시코계 불법 이민자의 아들 산티아고 무네즈(쿠노 베커). 영화는 산티아고가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에 연습생으로 입단해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의 주역이 된다는 내용. 스토리 자체는 별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스포츠 영화의 정형화된 문법을 따른 이 영화는 남녀의 사랑을 다룬 극영화처럼 볼 때마다 재미와 감동을 준다.
영화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재능은 있지만 축구선수라는 직업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그냥 아마추어로 만족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 첫 부분이다.
제2장. 우연히 그의 플레이를 보게 된 뉴캐슬 선수 출신 스카우트 글렌 포이가 산티아고에게 영국으로 오면 입단 테스트를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해 가슴에 불을 지른다. 산티아고는 우여곡절 끝에 뉴캐슬의 연습생이 되고 1군으로 올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천식과 고약한 동료, 아버지의 죽음 등이 잇달아 그의 앞길을 막아선다.
마지막 장. 외부의 장애물이 모두 걷혔을 때 성공은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다. 핑계의 여지가 없다. 뉴캐슬의 에릭 돈헴 감독(마셀 루어스)은 개인기에 능한 산티아고에게 팀워크를 가르친다. 드리블 돌파를 하다 상대 팀의 반칙을 이끌어내 페널티킥을 얻은 그에게 “왜 더 좋은 자리에 있던 동료에게 패스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이유다. “유니폼 뒤에 있는 (자기) 이름보다 앞에 있는 (팀) 이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산티아고는 중요한 리버풀전에서 동점골 어시스트에 이어 그동안 남모르게 갈고닦은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꿈에 한발 다가간다.
박주영이 광저우 아시아경기 이란과의 3, 4위전에서 4-3 역전승을 거둔 뒤 홍명보 감독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영화를 보자니 유럽에서 활약하는 천재형 축구 선수 박주영(모나코)이 떠오른다. 그를 모델로 하면 어떤 영화가 될까. 결이 다른 영화가 될 것 같다. 산티아고에 비하면 축구 인생이 비교적 순탄했다. 또 성격은 내성적이고 예민한 데다 까칠하기까지 하다.
다만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이란과의 3, 4위전이 굉장히 중요한 분수령 장면이 될 것 같다. 1-3으로 지다 4-3으로 뒤집은 경기는 극적이었다. 한국의 두 번째 만회골을 넣었던 박주영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쏟았다. 뜻밖에 “초등학교 때 이후 14년 이상 축구를 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깨침을 얻었다.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금메달이 걸린 경기가 아님에도 후배들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적처럼 역전을 이뤄낸 그 순수한 승부의 과정 자체에 대한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때마침 그는 9일 모나코의 11월의 선수로 뽑혔다. 66%의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박주영 축구 인생의 새로운 장이 막 열렸다고 한다면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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