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와 입단 계약서까지 썼다. 등번호 34번이 새겨진 유니폼도 맞췄다. 구단에서 제공한 아파트를 구경했다. 글러브와 스파이크 등 후원업체의 장비까지 얻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돈보다는 꿈을 위해 일본진출을 선언했던 프리에이전트(FA) 배영수(29·사진)가 결국 형식적인 마지막 관문 메디컬체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야쿠르트 입단이 무산됐다. 배영수의 에이전트 박유현 씨는 10일 “야쿠르트가 2차례 메디컬체크 후 어제(9일) 최종적으로 계약을 보류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전했다. 박 씨에 따르면 야쿠르트가 문제 삼은 것은 2007년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팔꿈치 상태가 아니었다. 간수치가 높고,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외국인선수를 관리까지 하면서 기용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배영수는 지난달 29일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르트와 계약기간 2년, 연봉 3000만엔(4억원)에 사인했다. 계약금과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2년간 최대 1억7000만엔(23억원)의 조건. 첫해에는 성적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인센티브 조건에는 1군 등록일수를 포함했다.
그러나 야쿠르트는 2일 1차 신체검사에서 간수치 이상을 발견한 뒤 7일에 2차로 피를 뽑아 정밀검진을 하면서 결국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배영수는 유전적 요인으로 평소 간수치를 나타내는 감마-지티피(r-GTP)가 일반인보다 높다.
8일 귀국한 배영수는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야쿠르트가 간수치를 문제 삼으면서 계약이 힘들다고 하니 자존심이 상한다. 10년간 B형 간염을 안고 야구했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면서 “19일에 예정된 결혼식도 올려야하고, 올해는 일본진출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며 속상해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삼성 운영팀 박덕주 차장은 “배영수와 13일에 만날 계획이다. 일단 본인의 정확한 의사를 들어보겠지만, 해외진출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면 구단에서 언제든 풀어주는 조건을 삽입하면 된다”면서 “결혼식 전에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홀가분하지 않겠냐”며 속전속결로 계약을 끝낼 뜻을 전했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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