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판에서 먼저 떠오르는 감독은 누굴까. 전창진(KT)과 유재학(모비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두 사령탑은 1963년생 동갑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37년지기다. 농구 철학도 비슷하다. 개성 강한 선수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단련시킨다. 개인보다 팀을 강조한다. 친구지만 코트에서만은 양보가 없다. 둘을 아는 사람들은 “서로를 최대 라이벌로 여겨서인지 맞상대할 때 평소보다 승부욕이 더 불타는 것 같다”고 전했다.
KT와 모비스가 맞대결을 펼친 14일 부산 사직체육관. 경기 직전 두 감독은 간단하게 인사만 주고받았다. 상기된 표정과 굳게 다문 입술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전 감독은 “유 감독과 사적으론 친구지만 코트에선 최고 지도자 가운데 한 명 아니냐. 이기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상위권에 있는 KT와 최하위 모비스의 대결. 경기 전까지만 해도 KT의 일방적인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라이벌전은 역시 달랐다. 선수들이 투지를 불태운 모비스가 전반에 오히려 40-38로 앞섰다. 하지만 뒷심에서 차이가 났다. 찰스 로드가 2쿼터 17점에 이어 3쿼터에 10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끈 KT가 역전에 성공한 뒤 점수 차를 벌리며 결국 80-63으로 이겼다. 코트에선 치열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두 감독은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와 있었다. 유 감독이 악수를 건네며 “축하한다”고 하자 전 감독은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승리로 13승 5패가 된 KT는 전자랜드, 동부와 함께 공동 1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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