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 베이스볼] 8개구단 미스베이스볼 “우리팀 최고인 이유?”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07시 00분


한 여성팬은 이렇게 말했다.

“한 팀의 팬으로 사는 건 연애와 비슷한 것 같다”고.

언제나 기쁨과 환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고,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결국은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이유’를 딱히 설명할 수 없어서 더 그렇다.

“그냥 좋아서 좋아한다”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스포츠동아는 ‘미스 베이스볼’ 좌담회에 초대한 8개 구단 여성팬 여덟 명에게 그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대답들을 여기 공개한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 팀 추천사’ 정도 되겠다.
포기할 줄 모르는 투혼과 뚝심에 반해

○두산팬 최선경
=제가 두산을 응원하는 이유 첫 번째는 단연 ‘허슬 플레이’예요. 사실 두산에는 조금은 통통한(?) 몸매를 가진 선수들(김현수, 최준석, 김동주…)이 많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거포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선수들도 주루 플레이나 수비 때 몸 사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늘 최선을 다한답니다.

또 두 번째는 베어스 특유의 ‘뚝심’입니다. 가장 최근의 예가 바로 올해 포스트시즌이었죠. 준플레이오프 전부터 대부분의 언론사가 롯데의 승리를 예측했는데, 사실 두산팬들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거든요. 1·2차전을 모두 패하면서 불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죠.

하지만 팬들의 걱정을 시원하게 날려 버린 이종욱·정수빈 선수의 홈런과 용덕한 선수의 크레이지 모드, 그리고 기적과 같은 리버스 스윕! ‘미러클 두산’이 또 한 번 실현됐어요. 전 경기 1점차로 끈질기게 맞붙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는 진정한 명승부였고요.

더 있죠. 말이 필요없는 ‘화수분 야구’. 가끔 다른 팀을 가도 주전으로 손색이 없을 선수들이 우리 팀에서 백업으로 있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하지만 두터운 선수층은 분명히 두산 만의 자랑입니다. 다른 구단 감독님들도 부러워하시잖아요.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 덕분에 갈수록 강팀이 되어 가는 두산. 미래의 라인업도 너무 기대돼요. 내년에는 3년 연속 신인왕 배출도 기대해요!
장종훈 송진우 구대성…영웅들에 흠뻑

○한화팬 구율화
=우리 팀에는 대대로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선수들이 많았어요. 연습생 신화의 장종훈, 200승·2000탈삼진·3000이닝을 비롯한 수많은 기록의 사나이 송진우, 주자가 등 뒤에 있어야 공 던질 기분이 난다던 구대성, 암흑기의 고독한 에이스 정민철, 그리고 신인 첫해에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한 류현진까지.

게다가 이 영웅들이 이글스에서 참 무던하게 오래도 버텨 주었죠. 때로는 정상에서, 때로는 그늘에서 나의 위안과 긍지가 되어 준 영웅들. 오로지 이글스라는 한 팀에서 팬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떠난 레전드들이 이글스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 팀은 창단 이후 항상 뭔가 약간 부족한 팀이었어요. 우승도 단 한 번에 그쳤고, 우승하던 해마저도 절대 강자는 아니었고요. 조그만 둔덕 하나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미진함. ‘우’ 하며 해일처럼 몰려가다가도 아주 조그마한 틈새에 무너지곤 했던 팀.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인간적인 매력 때문에 저는 이글스를 사랑합니다. 아직 찾지 못한 그 무언가, 단 한 조각의 퍼즐을 찾기 위한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요. 아무렴. 4강이, 그리고 우승이 밥 먹듯 쉬운 팀들이 이런 매력을 알기나 할까요.

SK 야구 통해 정직한 땀의 교훈 배워

○SK팬 박다해=제가 SK를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님의 영향이 가장 커요. 야구가 단순히 치고 달리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 정말 치밀하고 섬세한 면면이 숨겨져 있다는 걸 SK 야구를 보고 깨달았어요. 그게 다 야구에 ‘미친’ 감독님 덕분인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팀에서는 소위 ‘스타 플레이어’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 간의 차이가 극심하잖아요.

스타는 컨디션이 좋건 나쁘건 끊임없이 기용되지만 이름값이 없는 선수는 1군에서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들죠. 그런데 감독님은 외부 요인과 관계 없이 실력과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기용하시는 게 좋아요!

대표적으로 그렇게 1군에 자리 잡은 외야 3총사(박재상 김강민 조동화)도 있고요.‘부조리’가 통하지 않는 SK, 최고입니다! 심지어 전 지난 중간고사 때 ‘민주주의’관련 리포트 주제로 ‘SK야구를 통해 보는 공정한 사회’를 다뤘어요. 교수님이 ‘주제의 창의성’을 높이 사셔서 A학점 받았어요.

그리고 전 선수들이 죽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 그렇게 훈련한 게 결과로 보여지니 팬 입장에서는 뿌듯할 수밖에요. 특히 정근우나 최정 같은 선수들 수비가 날로 발전하는 걸 보면…. 상사병 걸린 여자 같이 줄줄이 얘기했죠? 어쨌든 전 SK 야구를 보면서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인생을 배웁니다.

이대형·심수창 등 훈남들 매력에 빠져

○LG팬 송주현
=66685876. 전화번호가 아닙니다. 지난 8년간 LG의 성적입니다. 그런데도 왜 LG가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정말 딱 꼬집어 말하기가 애매하네요.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우선 유니폼이 8개 구단 중 가장 예뻐요. 특히 제가 아는 LG팬들 중에는 ‘기능 지상주의자’보다 ‘디자인 지상주의자’들이 많죠.

LG 남자팬들이 여자친구를 팬으로 만들 때 추천하는 두 가지 검색어가 있대요. ‘이대형’, 그리고 ‘심수창’. 그리고 여자친구가 관심을 보이면 냅다 LG로 끌어들인다는 거죠. 아, 절대 우리 팀 비하는 아니에요.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잖아요. 훈남들이 그라운드를 점령하고 있는데 싫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조금만 더 야구를 잘 해주면 참 좋겠다는 거죠.

그리고 LG팬으로서 ‘응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응원단장 강병욱 씨를 얘기하는 거예요. 올해 페넌트레이스를 마지막으로 LG를 떠나 버렸지만, 아마 8개 구단 응원 단장들 중 마이크 사용량이 가장 적었을 것 같은 분이에요. 생목 터져라 소리를 질러 대던 ‘응요’를 아신다면, 내년에 오실 새 응원 단장님도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할 거예요.

팬과 선수가 하나되는 구단 문화 최고

○롯데팬 박현수=롯데팬으로서 우리 팀의 응원 문화 얘기 좀 할게요. 다른 일곱 구단도 각각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겠지만, 롯데 팬들의 긴밀함과 친밀함은 확실히 다른 팀보다 매력적인 것 같아요.

우리는 신문지와 주황색 봉지 하나, 그리고 힘껏 내지를 수 있는 목청만 있으면 값비싼 응원 도구가 필요 없으니까요. 또 구단에서도 팬과 선수가 하나 되는 자리를 많이 마련해서 많은 팬들이 팀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같아요.

고(故) 임수혁 선수 돕기 행사만 해도 그래요. 행사 취지도 좋은 데다, 선수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부산 분들 얘기를 듣다 보면, 어렸을 때 사직구장 앞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알게 됐다는 얘기를 자주 하세요. 야구 사랑이 생활의 일부가 된 거겠죠.

얼마 전 롯데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학용 씨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조성환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이 다같이 추모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뭉클했어요. 이렇게 정 많은 팀이 또 있을까요.

믿음의 팀컬러…경기 보며 온 몸 전율


○삼성팬 김빛나=2007년 삼성 오승환 선수의 인터뷰 중 한 장면이 생각나요. 리포터가 “정현욱은 뒤에 권혁이 있어서 든든하다 했고, 권혁은 뒤에 오승환이 있어 불안하지 않다 했습니다. 그런데 오승환 선수는 뒤에 아무도 없으니 부담스럽지 않나요?”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오승환 선수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제 뒤에 아무도 없다고요? 7명의 든든한 야수가 서 있는데요.” 삼성의 팀컬러가 단번에 느껴지는 문답이었다고 생각해요.

‘내가 위기를 만들어도, 뒤에 확실한 소방수들이 있다. 내가 비록 얻어맞아도, 그 공을 잡아줄 수비수들이 있다. 그래, 우리는 절대 뒤집히지 않는다.’ 이런 믿음과 승리에 대한 확신이 삼성을 강하게 만든 거였죠.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어린 시절에는 그저 안타와 홈런이 많고 점수가 많이 나는 야구가 재미있었어요. 그 시절 삼성은 이승엽과 양준혁의 거포 라인을 앞세운 화끈한 타격이 주무기였죠. 가슴을 뻥 뚫어주는 매력이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투수의 구질을 구별하고 볼 배합과 작전을 점쳐 가며 야구를 보게 된 후에는 공격보다 수비가, 타격전보다 투수전이 재미있어졌어요.

알면 알수록 가족처럼 포근한 情 새록


○넥센팬 황선하=사실 처음에 목동구장에 자주 가게 된 건 사진이 잘 찍힌다는 이유였어요. 잠실은 관중석에서 그라운드가 멀기도 하고 조명이 노르스름한 편인데, 목동은 그라운드 거리도 가깝고 조명색이 밝고 예뻤거든요.

그런데 관심을 갖고 보다 보면 정이 들게 마련이잖아요? 자꾸 뷰파인더 너머로 선수들을 보고 궁금한 부분을 이것저것 찾아 나가다 보니 넥센의 매력이 보였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여러모로 구단 사정이 안 좋았잖아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선수들이 가족처럼 정답게 뭉쳐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팬들도 그렇고요. 한눈에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기보다는, 보면 볼수록 포근한 느낌이 특징인 것 같아요.

올해 초 일련의 트레이드 때문에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3년 동안 넥센을 응원하면서 이번 시즌이 가장 즐거웠어요. 그 전에는 따뜻하긴 해도 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이었거든요. 신인 선수들, 이름도 잘 모르던 선수들을 이렇게 야구장에서 많이 본 시즌이 처음이에요. 그것 때문에 제가 이렇게 행복한 걸 보면, 진짜로 야구와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요.

최희섭에 반해 KIA 팬으로…V10 대단


○KIA 팬 김은경=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희섭 선수의 팬이 된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야구 중계를 봤어요. 좋아하는 선수가 하나둘씩 늘어 가더라고요. 또 최희섭 선수의 영향으로 KIA팬이 된 후로는 눈에 들어오는 선수 대부분이 KIA 선수들이었어요.

비록 시작은 단 한 명의 선수 때문이었지만, 지금 제가 KIA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KIA이기 때문에’예요. 무엇보다 KIA 선수들의 순박한 모습이 좋아요. 성실함과 강한 정신력도 마음에 들고요.

또 프로야구 역사에 10번의 우승이라는 기록과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남긴 KIA의 팬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사실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제가 정착돼 있어서 KIA팬은 모두 전라도 출신일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의외로 서울(저도 서울 출신이에요)을 비롯한 전국에 팬들이 퍼져 있더라고요. 놀랍고 자랑스러웠죠.

제가 비록 ‘모태 타이거즈팬’은 아니라 해도,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렬한 KIA팬이 되어 가고 있다고 자부해요.

정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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