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초교 축구부 6학년 김연빈 군은 2학기 중간고사에서 평균 99.2점으로 전교 1등을 했다. 김 군을 포함해 이 학교 축구부 6학년 3명은 전교 10위 안에 들었다. 안양 덕천초교 6학년 노영진 군은 2학기 중간고사에서 만점으로 전교 1위를 했다. 남동초교와 덕천초교 선수들은 수업을 모두 듣고 훈련을 한다. 축구부 선수 가운데 성적 부진 학생이 있으면 별도로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와 2009년 시작한 초중고교 주말 리그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선수들이 ‘운동 기계’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운동을 일찍 시작한 중고교 선수들에게는 아직 파급 효과가 크지 않지만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한 어린 선수들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양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희고 3학년 김현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공부를 병행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체육교육과에 합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팀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초중고교 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창출한 뒤 급격히 늘어나다 2004년 580개로 정점을 찍고 곧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2008년 532개에서 지난해 609개, 올해 638개가 됐다. 특히 초등학교 팀이 급증하고 있다. 2008년 221개였던 게 2009년 266개, 올해는 283개로 증가했다.
사실 그동안 부모들은 가급적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생긴 풍속도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바뀐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제 학부모도 자녀가 축구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현장 지도자들도 선수 수급이 한결 수월해졌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축구.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되면 한국 스포츠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