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5시즌째를 맞은 프로농구에서 우승팀이 아닌데도 감독상을 수상한 경우는 두 번 있었다. 1999∼2000시즌 최종규 TG 삼보(현 동부) 감독(64·왼쪽)과 2009∼2010시즌 전창진 KT 감독(47)이다. 약체라던 팀의 상승세를 이끈 지도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10년 세월 속에서 무관의 명장으로 인정받은 이들이 지난 주말 모처럼 소중한 송년 만남을 가졌다.
전 감독이 빡빡한 경기 일정 속에서도 서울 원정을 왔다가 미국에 살다 1년 만에 일시 귀국한 최 감독을 서울 강남의 한 고깃집으로 초청했다. 전 감독은 삼성 프런트 직원을 관둔 뒤 야인으로 있다 TG 삼보에서 처음 수비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사령탑이 바로 최 감독. 식사 장소도 삼보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었다.
최 감독은 제자와도 같은 전 감독에게 “KT의 전력이 그리 강하진 않아도 선수들이 참 열심히 한다. 수비와 속공이 대단하다. 그 덕분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제물포고와 연세대를 거쳐 196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최 감독은 프로농구 탄생의 산파였다. 1990년대 중반 서울 잠원동의 개인 사무실에 프로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김영기, 이인표, 김인건 씨 등과 프로화에 앞장섰다. 최 감독은 “그때 밤새워 일할 때가 많았는데 전 감독이 피자를 사갖고 자주 들렀다”고 회상했다.
전 감독은 “최 감독님이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던 일이 떠오른다. 선수들과 늘 호흡하며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에서 많이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최 감독은 “농구 열기가 예전 같지 않아 안타깝다.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구단과 연맹, 감독, 선수가 한마음으로 뛰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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