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전성기 맞은 MVP 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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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만년 하위팀서 은인자중… 한물 간 선수서 ‘왕별’로


“김은중에게 감동 받았습니다.”

지난달 전북 현대와의 K리그 플레이오프(제주 1-0 승)가 끝난 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유난히 김은중(31·사진)을 많이 언급했다. 박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오기까지 김은중의 역할이 컸다. 본인의 실력과 기록도 뛰어나지만 동료들을 잘 이끌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가 지난 시즌 14위에서 정규 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하기까지 김은중은 제주의 일등공신이었다.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맡은 바 역할을 다해온 김은중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은중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데뷔 14년 만에 처음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총 113표 중 55표를 받은 김은중은 우승팀 FC 서울의 아디(48표),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병수(7표), 전북 현대의 에닝요(3표)를 제치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김은중은 “제2의 전성기라고 말하는데 그 전성기를 누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제주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은중은 1997년 대전 시티즌에서 데뷔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동국(전북)과 함께 차세대 공격수로 각광받았다. 1998년 19세에 대표팀에 발탁돼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4년 서울로 둥지를 옮긴 뒤 팀 내 공격수들과 경쟁하면서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결국 2008년 중국 슈퍼리그로 옮겼고 “한물갔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는 2009년 만년 하위 팀 제주로 옮겼다. 일부에서는 김은중이 은퇴를 하려고 제주로 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김은중은 17골 11도움(컵대회 포함)으로 자신의 한 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김은중의 MVP 수상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27번의 시즌이 열린 가운데 한 번을 제외하고는 우승팀에서 MVP가 나왔다. 1999년 준우승팀 부산 대우의 안정환(현 다롄)이 유일한 예외였다. 당시 우승팀은 수원 삼성. 이후 11년 만에 준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됐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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