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중반이던 2003년,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하며 스타의 꿈을 키운 김경태(오른쪽)와
최나연.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 골퍼로 성장한 이들이 연말 행사에서 모처럼 만
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민골프 스튜디오
“오빠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래 잘 지냈지?”
그들은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한 해였기에 연말을 맞아 스케줄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올 시즌 한국 남녀 프로골프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와 최나연(23·SK텔레콤)이 모처럼 소중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한국골프라이터스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로 뽑혀 21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클럽 모우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다. 영광의 주인공으로 한테이블에 앉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김경태는 일본투어에서 사상 첫 한국인 상금왕에 올랐다. 최나연은 미국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산 성호중 졸업반이던 최나연은 신성고 2학년 김경태와 1년 동안 골프 대표팀에서 함께 활동했다. 최나연은 “경태 오빠는 70명 정도 되는 대표 선수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다. 골프채로 공을 다루는 감각이 정말 뛰어났다”고 떠올렸다. 김경태는 “체격은 가냘파도 운동을 참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들을 지도한 한연희 대표팀 감독은 “두 선수 모두 타고난 파워는 없었어도 꾸준히 땀을 흘려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늘 노력하는 오빠의 모습에 배울 점이 많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뒀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칭찬했다. 김경태는 “나연이가 2위에 머물 때가 많아 안타까웠는데 우승을 한 번 하고 난 뒤 자신감이 커져 승승장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차분한 성격에 평소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김경태와 최나연은 해외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어학 능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김경태는 올해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뒤 서투르지만 일본어로 소감을 밝혀 호평을 받았다. 김경태는 “언어 문제가 해결되면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친구도 늘게 되고 외국에 있다는 생각을 안 하게 돼 편해진다”고 덧붙였다. 최나연은 이번 비시즌에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인 강사까지 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쁨은 접어둔 채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27일 미국 올랜도로 출국하는 최나연은 벌써부터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이어지는 훈련 일정을 세워뒀다. 김경태는 1월 7일 태국 후아힌에서 열리는 로열트로피 대회에 출전한 뒤 미국 탬파에서 겨울훈련에 들어간다.
세밑이 뜨겁기만 한 김경태와 최나연은 “내년 이맘때 다시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며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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