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한화 박정진(34·사진)이 요즘 느끼고 있을 듯한 감정이다. 불과 1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박정진은 일본 나가사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교육리그에는 젊은 유망주들과 신인들이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꼭 떼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한 것이다. 그리고 교육리그 종료 후에는 곧바로 마무리 캠프에 합류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두 달 가까이 일본에서 땀을 흘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교육리그도, 마무리 캠프도 동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즌 내내 피로가 쌓였을 테니 컨디션을 잘 회복하라”는 지시만 받았다. 훈련 시간도 평소 사이클에 맞췄다.
젊은 선수 대부분은 오전에 개인 훈련을 소화한 뒤 집으로 가지만, 박정진은 오후 1시부터 나와 3시간 동안 몸을 만든다. 훨씬 편해졌다. 또 시즌 중에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고, 부모님도 겨울에 아들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으니 기쁠 수밖에 없다.
박정진은 “무엇보다 가족들이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다”고 했다.
물론 달라진 위상만큼 기대와 부담은 더 커졌다. 1년 전 방출 대상 선수 명단에 포함됐던 박정진은 올해 한화 뒷문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투수가 됐다.
박정진은 “후배들이 말을 더 잘 듣기는커녕 오히려 용 됐다고 놀린다”고 웃은 뒤 “한 해 반짝하고 물러나는 건 싫다. 어쩌면 내년이 더 중요하다. 다음 시즌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