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15점 9R 꾸준한 상승 페이스
84-71로 꼴찌 모비스 꺾고 6위 점프
선두 동부, 오리온스에 11점 차 승리
허재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얘기를 나누다 “수다를 많이 떨었더니 작전을 잊어버렸다”며 “하기야 작전이 뭐가 필요 있어. 애들이 잘해 주면 난 그냥 관중석 보고 서 있으면 되는건데…”라며 웃었다.
적장 유재학 감독 조차도 “KCC는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시간 가면 더 좋아질 팀”이라고 하는 걸 보면 허 감독의 말이 허튼 농담 만은 아니었다.
한 때 6승12패로 5할 승률에 ‘-6’까지 가며 곤경을 겪었다. 하지만 ‘슬로 스타터’의 별명 그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고 있는 상황. 어느덧 창원 LG를 따돌리고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전주 KCC가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0∼2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4-71, 낙승을 거두고 파죽의 5연승을 마크했다.
11승12패로 5할 승률에 ‘-1’ 로 다가서며 LG를 게임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 6위로 한계단 뛰어 올랐다. 선두 원주 동부(16승5패)도 약체 대구 오리온스에 80-69로 이겨 2위 인천 전자랜드에 1게임차로 달아났다.
리그가 진행될수록 공수 짜임새가 월등한 동부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동부에 대항할 맞수로 전자랜드나 부산 KT가 아닌 KCC를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승진(15점·9리바운드)이라는 ‘절대 전력’이 꾸준한 상승 페이스에 있고, 최고의 테크니션이라 불리는 가드 전태풍이 있는데다 추승균, 임재현 등 베테랑들의 경험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
최근 두 시즌 동안 시즌 초반 고전하다가도 막판에 무서운 힘을 발휘해 연이어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준우승을 거둔 ‘뒷심’도 KCC를 주목하는 주된 근거 중 하나다.
탄력 받은 KCC에게 양동근이 홀로 버틴 모비스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높이의 우세’를 십분 이용해 상대를 압도했다. 전반 3분여를 남기고 전태풍이, 3쿼터 초반에는 하승진이 파울트러블에 걸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최하위 모비스는 하승진이 대부분 시간을 비운 3쿼터 조차 12-21, 9점차로 뒤지는 등 전반적인 공수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또 한번 맥없이 무너졌다. 유 감독은 “팬들에게 죄송하다”면서 “강팀과 만나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