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공사를 3-0으로 완파한 GS칼텍스였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묵묵히 볼 배급을 했던 베테랑 세터 이숙자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뒤에는 이도희(42) 세터 코치(인스트럭터)가 있었다. 이 코치는 LG정유(GS칼텍스 전신)가 작성한 92연승 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제자는 스승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이 경기만 놓고 보면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이숙자는 이 코치가 생각한 곳에 정확히 볼을 띄워 GS칼텍스 공격진을 도왔다. 김민지(16득점), 정대영(12득점), 배유나(9득점) 등 득점 분포가 고른 것도 그래서였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란 말이 실감나는 경기였다. 경기 후 이 코치는 이숙자에게 웃어 보이며 한 마디를 던졌다. “오늘 교감 좀 됐다.”
철저한 분석도 힘을 보탰다.
이 코치는 현대캐피탈 최태웅과 흥국생명 김사니, 일본대표팀의 세터 다케시다 요시에 등의 플레이가 담긴 영상 자료를 준비해 이숙자, 백업 세터 시은미와 함께 지켜보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언제, 어떤 타이밍에 볼을 올려야 하는지를 얘기한다. 뛰어난 기량의 상대를 보는 것도 간접 경험이 된다. 내 역할은 노하우를 전수하는 정도일 뿐이다. 우리 팀 공격수들이 가장 볼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끔 숙자와 은미에게 말해준다.”
물론 이 코치의 모든 걸 따라가긴 버겁다.
GS칼텍스는 인삼공사전을 앞두고 엄청난 양의 훈련을 했다. 녹초가 된 이숙자가 “한 10세트쯤 뛴 것 같다”고 푸념할 정도다. “조혜정 감독님만의 특색이 있다면 ‘균형 배구’라 할 수 있다. 한 쪽에 기우는 게 아닌, 선수를 고르게 활용할 줄 아는 플레이를 강조한다. 숙자가 특정 선수를 빛내주기 보단 팀 전체를 최대한 살리는 토스를 했다”고 이 코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