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가 아니다.’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신중하지 못한 결정에 대한 쓴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할 말 없게 만드는 ‘쉬운 비난’의 근거가 된다.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경남 창원시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의향서를 한국야구위원회에 제출했다. 은퇴 선수 및 전현직 지도자 등으로 구성된 일구회와 프로야구선수협회 등 많은 야구인들은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신생 구단이 나오려면 8개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기존 구단들의 의사가 실질적 열쇠다. 7개 구단은 ‘원칙적 찬성’ 입장이다. 오직 한 곳 롯데만이 반대하고 있다.
롯데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 여건상 새 구단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롯데는 “흑자 구단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8개 구단도 적은 수가 아니다. 신생 구단의 부실 운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검증되지 않은 구단의 탄생으로 전체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느니 현재 팀으로 내실을 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야구팬들은 롯데의 태도에 ‘제 밥 그릇 챙기기’란 의혹을 보내고 있다. 부산과 가까운 창원에 새 팀이 생기면 팬들이 분산돼 인기와 수익에 악영향을 줄 거란 생각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롯데는 팀의 불이익을 염려해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구단 팬들은 물론 그동안 롯데 구단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가졌던 부산 야구팬들의 반응도 차갑다.
창원시 연고의 야구단이 성공하려면 물질적 심정적으로 롯데의 도움은 필수다. 새 구단엔 지역 팬들 공략을 위한 공동 마케팅도 절실하다. 경남 야구팬들의 열성이면 두산-LG 서울 라이벌전 못지않은 경남 라이벌전이 금세 주목받을 것이다.
올해 최고 흥행 영화 ‘아저씨’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원빈은 이런 대사를 남겼다.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보고 사는 놈한테 죽는다.” 오늘에 집착하는 이들 때문에 자칫 내일을 보는 이들의 열정이 꺾일까 걱정이다. 물론 무턱대고 내일만 보는 성급함은 모든 이가 경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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