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쿠바發‘승부치기’ 실험 세계야구에 태풍? 미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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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4일 03시 00분


■ 자국리그에 사상 첫 도입

야구 만화의 고전 ‘H2’에서 주인공 구니미 히로는 말한다. “타임아웃이 없는 경기의 재미를 보여 드리죠”라고. 야구의 매력은 마지막 스리 아웃을 잡을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고 그 속에서 드라마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런 야구팬들에게 국제야구연맹(IBAF)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도입한 승부치기는 ‘배신’이었다. 많은 선수와 팬이 “이건 야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바로 이 승부치기가 쿠바에서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11월 개막한 쿠바 내셔널시리즈가 사상 최초로 승부치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 승부치기는 야구다? 아니다?

승부치기는 정규 이닝인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할 때 연장 10회부터 무사에 주자 2명을 1, 2루에 둔 상태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타이 브레이크 제도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도입했고,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시행됐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연장 11회 승부치기를 했다.

쿠바야구협회는 “국제 규칙에 따른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전기 절감을 위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쿠바 야구는 오후 1시에 시작되지만 연장전이 길어질 경우 어쩔 수 없이 라이트를 켜야 한다.

팬들의 반발은 거세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쌍수를 들어 이 제도를 환영하고 있다. 헤르만 메사 인두스트리알레스 감독은 “10회가 되면 선수들은 피곤에 절어 있다. 승부를 빨리 내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라고 했다.

○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정착될까?

갖은 비난 속에서도 승부치기는 어느새 각국 야구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만 해도 지난해부터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에서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또 프로야구도 시범경기는 지난해부터 승부치기를 통해 무승부를 없앴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인 야구에서 승부치기를 시행해 왔다. IBAF가 주최하는 모든 국제대회 역시 연장전은 승부치기를 한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정규시즌에도 승부치기가 도입될 수 있을까. 대다수 구단 관계자는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LG의 한 관계자는 “야구는 기록경기인데 승부치기 제도에선 연장전 이후의 기록이 가치가 없어진다”고 했다. 두산의 한 관계자 역시 “토너먼트 대회라면 모를까 시즌 대회에서 승부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바 출신 메이저리거 루이스 자야스 씨의 생각은 다르다. “축구가 세계 넘버원 스포츠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승부를 결정짓는 승부차기 덕분이다. 왜 야구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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