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FIFA 부회장선거 표밭 다지기 나선 정 부회장의 ‘계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25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 주최 자선경기인 셰어 더 드림 풋볼 2010에서 전반 20분 정도 뛴 뒤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향해 3시 40분발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내년 1월 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때 실시되는 FIFA 부회장 선거의 표밭을 다지기 위해서다.

정 부회장의 이번 연말연시는 예년과 달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중국을 포함해 여러 아시아 국가를 돌아보며 표심을 잡은 뒤 30일 귀국해 다음 달 2일 총회가 열리는 카타르 도하로 떠나야 한다. 4년 전에는 단독후보였지만 이번엔 알리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출마해 경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1994년 FIFA 부회장에 올라 이미 4선을 한 정 부회장으로서는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정 부회장 측근에 따르면 후세인 왕자는 정 부회장과 친밀한 사이였다. 그런데 쿠웨이트의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함맘 AFC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후세인 왕자를 부추겼다. 후세인 왕자가 함맘 회장과 앙숙인데 최근 정 부회장이 함맘 회장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출마를 자극했다는 분석. 이런 가운데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정치적 라이벌’ 견제 차원에서 뒤에서 후세인 왕자를 은근히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과 블라터 회장은 겉으론 가까운 것 같지만 FIFA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이다. 블라터 회장과 함맘 회장도 ‘가깝고도 먼’ 정적이다.

AFC 46개 회원국 중 중동이 14개국이고 중동 자체도 분열돼 있어 정 부회장으로서는 30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OCA 회장과 FIFA 회장이 뒤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차원에서 각국을 돌며 표심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참 나 이거야 원, 연말에는 조용히 가족과 지내야 하는데…”라며 서둘러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나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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