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명판관’ 김건태 심판(사진)이 12년 간 정들었던 FIVB(국제배구연맹) 무대를 떠났다.
27일 V리그 경기가 열린 인천도원시립체육관에서 만난 김 심판은 세계클럽선수권(15∼21일·카타르 도하) 참가를 끝으로 FIVB 심판직을 내려놓았다.
전 세계 국제심판 930여 명 중 FIVB 심판은 11명에 불과하다. 김 심판은 국내 세 번째이자 유일한 현역이었으나 올해 55세 정년을 맞이했다. FIVB는 김 심판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했다.
그는 98년 FIVB 심판에 임명된 뒤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리그, 그랑프리 등 각종 국제무대에 섰다. A매치 350회에 나섰고, 12차례나 각급 국제대회 결승전 주심을 맡았다. FIVB 심판 중에서도 톱클래스.
김 심판은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홀가분하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외 국제 행정력에서 당분간 한국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일본, 중국, 태국에 밀리는 상황. 여기에 클럽선수권 개최를 발판삼아 중동도 배구 외교력에 힘을 쏟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클럽선수권에 남녀 각각 총상금 75만 달러, 55만 달러씩 쏟아 부었다.
그래도 김 심판은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린다. “V리그가 잘 되고 있지 않느냐.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주어진다면 훨씬 좋은 국제 심판이 양성될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철저한 사생활 관리는 물론, 국제 규정 습득과 어학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2013년까지 3년 더 국내 판관으로 활동할 김 심판은 “심판은 명예도, 부도 따르지 않는 고독한 자리”라며 “꾸준한 공부와 복기에 대한 각오가 없다면 좋은 심판이 될 수 없다”고 했다.인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