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상가(喪家)에서 양상문 전 롯데 투수코치(49·사진)를 만났다. 야구 아닌 주제로 대화를 하다 불쑥 물었다. 정말 궁금했던 일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결별했다. 연대 책임을 물어 양 코치도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는 10월 15일 구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아쉬움과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팬들의 반응은 나뉘었지만 ‘보기 좋지 않다’는 쪽이 많았다.
“하고 싶은 얘기를 했을 뿐이에요.” 예상외로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언론 매체를 통해 표현할 수도 있지 않았나요?”
“직접 쓰고 싶었어요. 술 마시고 홧김에 그랬을 거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결코 아닙니다.”
양 코치는 부산고 3학년이던 1978년 출전한 3개 전국대회 결승에서 모두 무실점 승리를 거뒀던 고교야구의 신화였다. 그러나 고려대-한국화장품을 거치며 혹사한 어깨 탓에 프로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985년 롯데에 입단해 1993년 태평양에서 은퇴할 때까지 63승 79패 13세이브에 평균자책 3.59의 성적을 남겼다. 고교 때처럼 강속구를 뿌리지는 못했지만 타자의 허를 찌르는 두뇌 피칭은 당대 최고였다.
1994년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4년 롯데 감독을 맡았다. 2001년부터 4년 연속 꼴찌였던 팀을 2005년 5위에 올려놨지만 그해 10월 해임됐다. 롯데가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양 감독이 기초를 닦아놓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중에 나왔지만 그는 당시 조용히 팀을 떠났다. 그리고 2009년 몸을 낮춘 채 2군 감독으로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2년 만에 다시 벗었다.
“다른 구단에서도 좋게 볼 일은 아니잖아요. 향후 거취를 생각하면….”
“상관없어요. 전 프로야구 코치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자리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아름다운 이별을 원하기 마련이다. 양 코치는 그 길을 거부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까. 이에 양 코치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를 다시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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